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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Apr 23. 2023

들어가며: 좋은 일을 계속하기 위한 (일)자리

이직과 아직 사이: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 개선방안 연구


이직과 아직 사이: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 개선방안 연구 (오민영, 우승훈)


01 들어가며: 좋은 일을 계속하기 위한 (일)자리

02 임금(1):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03 임금(2): 연봉 통보제, 자세한 협상은 생략한다

04 안전: 각자도생을 향해 달려라

05 나가며: NGO는 왜?

※ <이직과 아직 사이>는 한국국제협력단 "ODA 일자리의 질적 개선방안 연구"(2022년) 결과물의 일부를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 재편집한 글입니다. 연구에 참여해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10명의 현직 활동가님, 국제개발협력과 그 속의 사람들을 늘 궁금해하고 애정하셨던 담당자님, 그리고 연구 기회를 제공해 준 한국국제협력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01 들어가며: 좋은 일을 계속하기 위한 (일)자리


서론


국제개발협력 비정부단체(Non-Government Organization, 이하 NGO)는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행위자로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orea NGO Council for Overseas Development Cooperation, 이하 KCOC)가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이하 KOICA)과 협력하여 격년으로 발간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CSO 편람』에 따르면, 2021년 KCOC 회원단체 수는 142개, 그중 119개 단체에 근무하는 국내 상근(계약직 및 정규직) 직원은 8,686명, 이 중 해외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인력의 수는 608명이며, 이와 별도로 해외 지부에서 활동하는 직원 총 6,895명 중 한국인은 520명이었다(KCOC, 2022). 


국내의 국제개발협력 NGO 해외사업 규모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증가(2011년 320,526백만 원→2021년 679,604백만 원) 해왔지만 국내외에서 해외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국내 500~700명대, 해외 800~900명대(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해외 지부에서 활동하는 크게 감소한 2021년 제외)에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KCOC, 2022). 일자리의 양적 측면에서 국제개발협력 NGO는 정체기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일자리의 질적 측면이라 할 수 있는 활동가 자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 그리고 기성 단체를 넘어선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자발적 모임과 프로젝트는 해가 지날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 모임인 좋은일하시네요국개협UP이 각각 서울시NPO지원센터 활동가 연구지원사업 <활력향연>에 참여하여 NGO 노동 생태계 연구를 진행했고, 2020년에는 공적인사적모임이 결성되어 "청년들이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는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중심으로 뉴스레터 <김치앤칩스>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발전대안 피다가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그룹 워크숍과 연구조사 등의 활동을 진행하며 또 한 번 NGO 노동 생태계의 질적 변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치앤칩스>에 소개된 국제개발협력 일자리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분석 기사 (2023년 4월 127호)


한편, KOICA는 그동안 시민사회협력프로그램을 통해 NGO 일자리의 양적 증가와 주로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KOICA 2021). 2021년에는 「KOICA 일자리 전략(2021-2025)」 내 NGO를 포함한 개발협력 분야 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전략 방향으로 설정하여,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위한 향후 과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특히, 파트너 기관 투입인력의 중위소득 보장(실행과제 4.1.), 시민사회협력 파트너 NGO 대상 양질의 일자리 공급 지원(실행과제 4.3.), 개발협력 참여자 안전망 지원 범위 확대(실행과제 5.1.) 등 NGO 일자리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관된 계획에 비추어 볼 때 NGO 일자리에 대한 KOICA의 관심과 영향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OICA 일자리 전략(21-25) 전략 체계도


이처럼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 시민사회의 규모와 이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관심도 증가하였으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NGO 내 중간급 경력자(5~7년 이상)가 이탈하는 현상이 단체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이탈한 경력자는 타 분야로 이직하거나 국제개발협력 내 ODA 용역사업 등 다른 부문으로 옮겨가는데, 이른바 ‘개발협력 경력사다리’를 역행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가는 경우도 흔하게 보인다. 동시에, 많은 단체들이 국내 사업 담당자 또는 해외 파견직 채용 시 적격자를 찾기 어려워 여러 번에 걸쳐 재공고를 올리거나 지원서 접수 기간을 연장하는 등 구인난을 겪는 모습도 빈번히 목격된다. NGO 생태계 내 개인과 단체 모두의 지속가능성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본 연구는 NGO 활동가의 이탈과 단체의 구인난이라는 두 가지 현상의 교차점에 위치한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현직 활동가들의 경험과 인식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질 개선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하였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그러하듯 NGO 활동가의 활동 그리고 노동을 일자리라는 단어에 온전히 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제개발협력을 업으로 삼아 생계를 이어가는 수많은 활동가들이 몸담고 있는 ‘자리'의 현실과 변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서 분야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 위해 일자리의 질을 임금의 질(Earning quality), 노동환경의 질(Quality of the working environment), 노동시장 안정성(Labour market security)의 세 차원으로 다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이하 OECD)의 일자리 질 프레임워크(Cazes 등 3명 2016)를 연구 목적과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의 맥락에서 재해석하여 임금과 안전,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주요 주제로 하는 심층 인터뷰와 분석을 시행했다.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연구의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일자리 창출이나 월드프렌즈코리아(World Friends Korea, 이하 WFK) 봉사단, 영프로패셔널(Young Professional, 이하 YP) 등의 프로그램과 연계한 인재 양성, 그리고 관련 정책의 관점에서 연구된 경향이 있으나, 일자리의 질에 초점을 맞춘 연구도 일부 있었다. 2022년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내 청년들의 이직에 관한 연구”(최창용 등 3명, 2022)에 생태계 내 청년들이 일하는 국제개발협력 부서가 기관 내에서 주변화 되고, 직무가 전문가의 보조 영역에 머문다는 등의 분석이 일부 있었고, 2019년 “ODA 생태계 구축을 통한 고용창출방안 연구”(김은주, 이도석, 2019)에서 봉사단과 일자리의 모호한 경계로 인한 한계, 체험형/단기/비정규직 형태 일자리의 문제, 섹터 전문가에 비해 개발협력 전문가의 대우가 낮은 문제 등이 시사점으로 도출되었다. (김은주, 이도석, 2019)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직업인으로서 NGO 활동가가 느끼는 임금, 조직문화, 활동 안전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담기에는 일부 한계가 있었다. 국제개발협력 NGO 생태계를 주요 주제로 한 연구로는 서울시NPO지원센터의 활동가 연구지원사업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전현직 활동가들이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진행한 질적 연구 『떠난 이들에게 듣다: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 (좋은일하시네요, 2019)와 양적 연구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 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 (국개협UP, 2020)가 있었다. 좋은일하시네요(2019)는 개별 활동가의 NGO 활동 시작과 이탈 경험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분석하여, 가치 충돌,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분위기, 종교 중심 문화 등 조직문화가 NGO 활동가의 퇴직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냈다. 국개협UP(2020)은 NGO 활동가들의 이탈이라는 앞선 연구의 문제의식을 계승하였으나, 활동 중단이 아닌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요인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활동 만족도, 임금, 조직문화, 해외 활동 경험, 활동 지속 요인에 대한 양적 데이터 수집 및 심층 인터뷰에 기반하여 20~30대 전현직 NGO 활동가들이 사회적 가치 생산과 임금을 중요한 활동 지속 요인으로 인식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본 연구는 NGO 활동가의 이탈과 단체의 구인난이라는 두 가지 현상의 교차점에 위치한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현직 활동가들의 경험과 인식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질 개선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하였다. 두 선행 연구(좋은일하시네요, 2019, 국개협UP, 2020)를 통해 개발협력 NGO 분야 생태계의 쟁점에 대한 기본적인 탐색은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여, 개발협력 NGO 활동가의 경험을 통해 현상을 바라본다는 접근은 유지하되, 정책이나 이해당사자 논의를 통해 변화가 가능한 일자리의 질, 그중에서도 임금과 해외 파견 근로에서의 안전, 경력 지속가능성에 주목하였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NGO 일자리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탐색, 기록하는 한편, 변화를 위한 제언을 도출하는 것을 연구의 주목적으로 하였다. 



연구방법


연구는 문헌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심층 인터뷰의 핵심 주제는 선행연구 결과 및 OECD 일자리 질 프레임워크에 기반하여 임금과 안전으로 설정했다. 2020년 국제개발협력 2030 전현직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0명이 이직 또는 퇴사의 주요 요인으로 급여 및 복지를 꼽아, 계약 만료(50명), 조직 리더십 및 조직문화(46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응답수를 기록했다. 또한 같은 설문에서 3개월 이상의 중장기 해외 활동 경험이 있는 활동가 중 파견활동 중 위협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활동가가 89%(국개협UP, 2020)에 달해, 급여와 안전이 국제개발NGO 근로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임금 및 안전은 제도적 개선점 및 제언 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판단하여 연구의 핵심 주제로 선택한 측면도 있다. 단, 연구 과정에서 상기 두 가지 주제가 조직문화, 일자리 구조, 지속가능성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다른 주제에 대한 내용도 일부 다루었다.


OECD의 일자리 질 프레임워크(Cazes 등 3명 2016)는 일자리의 질을 인간 삶의 질(well-being)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보며, 임금의 질(Earning quality), 노동환경의 질(Quality of the working environment), 노동시장 안정성(Labour market security)의 세 차원으로 다루고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를 연구 목적과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의 맥락에서 재해석하여 아래와 같이 핵심 질문을 구성하였다. 


OECD 일자리 질 프레임워크와 연구 핵심 질문 관계 (Cazes 등 3명 2016을 저자가 재구성)


심층 인터뷰를 위해 주제와 핵심 질문을 고려하여 아래 기준에 따라 10명의 연구참여자(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한국에 사무소를 둔 국제개발NGO에서 최소 4년(파견근무 기간 포함)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자

YP, 봉사단원 등이 아닌 실무자 혹은 관리자급 직원(PM, 지부장, 소장 등 포함)으로서 최소 1년 이상 해외파견 근무를 경험한 자

본부 해외사업관리 부서에서 실무자 또는 관리자급 직원으로서 최소 2년 이상 국내 근무를 경험한 자

자체자금 또는 ODA 기금 프로젝트를 관리한 경험이 있는 자


선정된 연구참여자와 함께 2022년 5월 17일부터 6월 4일까지 개별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 1인당 60~110분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모든 인터뷰는 연구자 2인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연구자는 임금과 안전에 대한 활동가들의 경험과 인식, 개선 방안에 대한 생각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국제개발협력 NGO의 특수성과 가능성, 그리고 각자의 활동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어 더 근본적인 대안이나 문제,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연구 결과에서는 연구참여자의 익명 보장을 위해 특정 단체, 지명, 상황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드러나는 내용은 수정하였다.


("02 임금(1):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에서 계속됩니다)




참고문헌


국개협UP. 2020.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 서울시NPO지원센터 <활력향연>.

김은수, 이도석. 2019. “ODA 생태계 구축을 통한 고용창출방안 연구”, <KIPA 연구보고서> 2019-22.

좋은일하시네요. 2019. 『떠난 이들에게 듣다: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 서울시NPO지원센터 <활력향연>.

최창용, 김은주, 김서영. 2022.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내 청년들의 이직에 관한 연구”, 『KDI School of Pub Policy & Management Paper』

Cazes, S., A. Hijzen and A. Saint-Martin (2015), "Measuring and Assessing Job Quality: The OECD Job Quality Framework", OECD Social, Employment and Migration Working Papers, No. 174, OECD Publishing, Paris,

KCOC. 2022. 『2021 한국 국제개발협력 CSO 편람』. 서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KOICA. 2021.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KOICA 일자리 전략(202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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