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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다운 소일거리, 뽕따러 갑시다!

오디주, 오디청, 뽕잎가루, 뽕잎차 만들기

by kaychang 강연아

오늘 오후 인도 정부에서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Unlock 1.0 을 발표했습니다. 내일까지는 락다운 4.0이고 집콕을 68일 동안 지속한 것입니다.


락다운 동안 집콕을 하다보니 집에서 뭔가 해야될 일을 찾다가 한달전 옆집 나무에서 지천으로 떨어지는 오디를 보게 되었습니다. 육년을 살면서 떨어지는 새카만 오디에 눈길을 안주려고 했었는데 락다운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으니 깨끗한 오디일 듯 해서 사다리까지 가져가서 오디를 땄습니다. 웬일로 남편이 오디를 따자고 했거든요...

사실 매년 떨어지는 것이 아까왔어요. 과거에 사로지니 마켓에서 몸에 좋다고 비싸게 사서 아이들에게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사온 첫 해에 너무 잘익어 떨어지는 오디를 줍자고 한마디 했다가 남편으로부터 한 말을 들은 터라 그동안 일부러 외면했었거든요...


4월의 어느 일요일 늦은 아침, 공원에서 체조를 하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와 딸이 그릇을 가지고 와서 너무도 작고 볼품없는 덜익은 오디를 따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우리집 옆에 아주 크고 좋은 오디가 많다고 해서 데리고 와서 실컷 따가게 했어요. 그것을 보더니 웬일로 남편이 오디를 따자고 한 것이에요ㅡ


벌써 잘 익은 것은 많이 떨어졌지만 그 주 일주일동안 세번을 땄습니다. 마지막은 좀 덜익은 것과 마른 것들이 많이 들어왔네요. 구박사를 참조해보니 한두번만 씻으라고 되어 있는데 전 네번 정도 씻었습니다. 설탕을 넣어 두통 재워 놓았다가 어제, 오늘 찬 물에 섞어 먹으니 참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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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디와 소주를 함께 부어놓았습니다. 제사상에 올리는 술로 숙성시켜 놓으려고요. 또 있지요! 뽕잎차랑 뽕잎 가루 만들기요.


옆집의 나무는 아주 큰 고목이라 잎사귀를 따기가 좀 그렇거든요,그런데 저희집 앞에도 뽕나무가 두그루 자라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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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요? 저도 이년전 서울 갔다 와서 알았답니다. 우리집 앞에서 자라는 것이 산뽕나무라는 것을... 또한 우리집 화분에 빌붙어 살아남은 것들이 뽕나무 어린가지라는 것을요... 서울 가 있는 동안 델리의 한여름, 극한 상황에 살아남는 것이어서 보통은 잡초라고 뽑아 버리는데 놔두었더니만 뽕나무인 거에요.ㅎ 옆집 말리(정원사)에게 한국서 가지고 온 과자를 주면서 새로 보는 식물 이름이 뭔지 물어보다가 알게된 것이지요.


옆집 뽕나무는 잎사귀가 둥그런 모양인데 저희집은 뿔이 나있어요. 산뽕나무라고 하던데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웬 산뽕! 하지만 같은 뽕나무고 효능은 산뽕나무가 더 있다고 해요.
뽕나무도 잘라서 물꽂이하면 뿌리를 내리네요. 기르기 너무 쉬워요. 일 년 지나면 꽤 자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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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바깥의 나무들은 벌써 크게 자라고 있구요. 너무 큰 것이 싫어서 어느날 가지를 마구 잘랐답니다. 그래서 어린 잎사귀들은 모두 따서 무쳐먹고요, 밥할 때도 넣어서 비빕밥을 해 먹기도 합니다.
별다른 향이 없어요. 그래서 거부감이 없습니다. 양념장만 맛있게 만들면 비벼먹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씻어서 강한 햇빛에 하루 말려서 밤에 팬밑에 두니 뽕잎차가 됩니다. 어린 순으로 만들어서 자를 필요가 없었어요.
좀 큰 잎사귀로는 말려서 분쇄기에 갈았습니다. 뽕잎가루가 탄생합니다. 밥할때 한스푼 넣고 수제비 반죽할때 한스푼 넣고 하면 건강에 좋습니다. 위에도 말했지만 특유의 향이 없고 색감도 좋아집니다.


사실 어젯 밤에 전기 계량기가 불에 타서 밤중에 시껍을 했고 더위에 에어콘이나 선풍기 없이 16시간을 보내느라고 넘 고생을 했답니다. 오늘도 일이 손에 안잡혀서 그동안 강한햇살에 시달려서 타들어간 뽕나무잎을 정리하려고 화분에서 자라는 어리어리한 가지들을 전부 잘라냈어요. 어제 오늘 계속 날이 꾸무리해서 잘라도 상처를 많이 입지 않을 듯 해서요. 화분의 뽕나무는 아직도 새순들이 많고 연하네요. 잘라서 밥할때 넣으려고 합니다.건강 비빕밥을 만들려고요.


누군가는 저더러 귀향해서 사는 것 같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나서 서울서 자란 식물과 나무에 문외한이던 제가 자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달넘어의 락다운이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땅파고 나무 다듬고 꽃키우는 촌부로 만들었습니다.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 않고 나가서 삽질을 하면 마음은 행복합니다.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맑고... 6월이 되면 여러 규제가 풀린다는데 꼭 좋지 많은 않습니다.ㅎㅎㅎ


그나저나 코로나가 불식되어야 할텐데. 코로나, 고! 고,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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