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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테라키우기

락다운, 공기 정화식물 키우기

by kaychang 강연아

몬스테라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몸값이 급 상승한 식물입니다. 중국서 건너온 황사와 미세먼지, 오염물질 때문에 공기의 질 지수를 매일 언급하는 대담 프로그램이나 엔터 프로그램에서 많이 볼 수 있었지요.

몬스테라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잎사귀가 아주 크게 자라고 특이하게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영어로 몬스터라면 괴물이라는 것 아시지요? 모습도 독특하지만 괴물처럼 공기정화에도 참 좋다고 합니다.

제가 아크릴화를 잠시 그린 적이 있다 보니 연속극에 나오는 집이나 카페의 벽에 걸린 그림이나 액자를 좀 유심히 보는 편인데 몬스테라 한 잎이나 두 잎을 크게 그려서 장식해 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 더 흔히 볼 수 있지요. 벽에다가 한 이파리 장식만 놓아도 열대의 이미지가, 시원한 맛이 살아납니다.

여기 인도에서는 동네의 커다란 고목 주위에 감싸면서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이 몬스테라입니다. 줄기가 어떤 것은 아이들 팔뚝처럼 굵은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자라나서 본체를 힘들게 하니까 마구 잘라내서 버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겨울이 오기 전에 가지치기하는 것일 수도...

삼 년 전, 한국 지인과 우리 동네 걷기를 하는데 무슨 나무토막이 진흙이 많이 묻어서 떨어져 있는 거예요. 전 모르고 지나치려는데 그분이 딱 주워 들고는 우리 집으로 직행하더라고요. 내 보기에는 20센티정도 되는 고목인데 화분 흙이 그대로 묻어 있었어요. 둘 다 식물 키우는 것으로 한참 화제가 올라 있었고 제가 흙을 구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걷기를 하던 참이었지요. 그때 마침 눈에 띈 것이지요. 그런데 개똥도 마른 채로 묻어있고 정말 별로였어요...ㅎ

들고 오신 성의가 고마워서 흙은 빈 화분에 담고 고목을 버리려니 좀 그래서 물에 담가놨어요.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니 뭔가 하얗고 푸릇한 것이 빼꼼히 나오는 것이에요. 빙고! 알고 보니 몬스테라였습니다. 사실 알게 되기에는 시간이 좀 많이 걸렸지요...

초록이가 조금씩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 참 이뻤습니다. 지금처럼 글을 쓸 줄 알았더라면 사진을 찍어놓을 것을 그랬나 봐요... 제 핸드폰 화질이 별로라서 주로 사진은 남편 담당입니다. 갤럭시 노트 9를 그해 환갑 되는 생일 선물로 사준 터라 화질이 좋고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사진 부탁하면 언제나 ㅇㅋ입니다. 제 사진의 거의 90퍼센트는 남편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ㅎㅎㅎ

한 군데도 아니고 두 군데서 이쁘게 자라던 것을 뿌듯한 맘으로 잘 길렀었는데 그만 작년에 한국 갔다 오니까 없어졌더라고요... 다행히 물 꽂이 해두었던 세컨드 제너레이션이 아직껏 이쁘게 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성격이 급한지라 조금만 자라면 잘라서 다른 곳에 심거나 물꽂이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에서 차분히 크게 자라난 것은 방치해 둔 몇 개의 식물밖에 없지요.


잎이 물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분무기로 자주 뿌려주라고요. 우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건조한 인도 생활환경에 참 어울리는 식물입니다.

예전에는 5월에, 6월 초에 비가 오는 일은 참 드물었습니다. 최근 연도에 들어서 비도 오고 기온도 덕분에 내려가고... 델리가 차츰 좋아집니다. 농담 삼아 세컨드 홈으로 집을 하나 구입해야 되는 것은 아니냐고 남편과 얘기합니다만 나이 들면 귀소 본능이 있지요. 2년 동안 아이들이 한국에 있어서 그동안 매년 한 번씩 가던 것이 두, 세 번씩 한국을 다녀왔어요.

올해도 큰아들 군대 보내느라 2월에 다녀왔는데 2월 말 갑자기 한국의 확진자가 늘어나는 바람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입국 금지당하는 상황이라서 인도로 못 들어올까 봐 조바심 냈었지요...


몬스테라는 내버려 두면 엄청 크게 잘 자랍니다. 공중에 뿌리도 내리면서 위로 위로 커가지요. 그때 뿌리가 달린 채로 잘라서 물꽂이 하거나 삽목 하면 성공률 백퍼센트랍니다.

지난번 운동할 때도 말리가 보기 싫은 것을 떼 버렸는지 널려있기에 몇 개 가져왔어요. 한 개는 화분에 심고 다른 것은 잘라서 물꽂이 하는데 자꾸 까매지네요... 넘 오래 방치되어 있었나 봅니다. 그래도 여전히 물을 갈아주면서 보살피고 있어요. 모양은 별로 이쁘지 않지만요. 나중에 살아나면 다듬어야 될 듯합니다.


옆집에서 얻은 이쁜 몬스테라를 물꽂이해 놓았는데 제법 잘자랍니다. 곧 삽목해 주어야 될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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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예전에는 이쁜 꽃들과 나무들만 눈에 들어왔다면 요즘에는 이름 모를 들풀이 꽃피운 것도 감탄하면서 들여다봅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영시가 생각납니다.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이름 모를 들꽃 한송이에서 천국을 느껴보시기를!

인도의 예쁜 꽃들

행복한 한주가 되기를 바라면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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