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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겐빌리어이야기

여름의 더위에도 꿋꿋한 식물 이야기

by kaychang 강연아

Bougainvillea 발음은 부드럽습니다. 과거에 울 둘째가 수업시간에 식물이름 배운 것을 저희에게 물어보곤 잘난 척했었는데 남편이 이 부겐빌리어를 기억을 참 못하더라고요... 아들과 제가 놀려먹기 한 기억이 납니다.

부겐빌리어는 인도 생활과 뗄 수 없는 나무입니다. 어디를 가나 볼 수 있고 인도의 태양열에도 지지 않고 꿋꿋하게 고개를 들고 다양한 색깔로 지나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그리고 좀처럼 지지를 않습니다. 거의 일 년 내내 꽃을 피우는 듯합니다.

부겐빌리어 삽목을 사 년 전부터 했는데 계속 실패하다가 작년부터 성공했습니다. 한국 다녀오면서도 반려식물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두 개의 삽목 한 것이 살아남았습니다.


어떤 인도 지인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바산트 비하르 B블록이에요. 보통 뒷길은 아야들이 다녀서 지저분하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안쪽에 위치한 당신의 침실로 우리를 안내하더니 뒷 담벼락이 부겐빌리어로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겨울이었는데 붉은 부겐빌리어로 뒤덮인 담벼락은 참 인상적이었네요. 침실의 프라이버시도 유지되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일어나는 아침이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겐 모양을 동그마하게 잡으려고 만들었어요)
(10월의 꽃피우는 모습, 제법 틀이 잡혀서 괜찮지요?)

저도 처음에는 담벼락에 부겐 천지를 만들려고 노력하다가 부겐 몸통 가지가 너무 얇아서 단념했습니다. 부겐을 훈련시켜서 동그마하게 만들어보기로 마음을 돌렸답니다. 대강 흉내만 내어 부겐을 감아주었는데 제법 그럴싸하게 자랍니다. 올 5월 초순 지나서는 끝에서부터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점점 많아지는데 이 붉은 것이 꽃은 아니라고 합니다.

꽃은 세 개의 안에 자리 잡은 하얀색의 자그마한 것이라고 하네요. 부겐에 애정을 주면서 자세히 살펴보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예전에 아라밸리 바이오 다이벌시티 파크가 열었나 싶어 찾아간 길에 본 만개한 부겐빌리어가 얼마나 반가운지... 오후 5시 반경인데도 여전히 햇볕은 쨍쨍 입니다만 길을 따라 쭉 걷자니 진홍색과 하얀색의 부겐이 활짝 피어 있네요.

인연이 있는지 개밥을 주러 온 우리 동네 청년을 또 만났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두 번씩 스쿠터 타고 개밥을 주러 옵니다. 죽 같은 것에 고기까지 넣어서 물을 섞어주더라고요. 저 둘째 아들 나이 또래던데... 말 못 하는 길거리 개 수십 마리를 매일 돌본다는 것, 거창한 말로 떠들어 대는 것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그들이 있기에 저는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닿으면 조금씩 도움을 주어야겠습니다.

비가 며칠째 와서인지 길가의 부겐빌리어가 제멋대로 하늘을 찌릅니다. 세 가지 종류의 부겐을 잘라왔습니다. 물꽂이와 삽목 하려고요. 탐스런 붉은색과 노란색, 하얀색입니다. 같이 어우러지면 무척 이쁠 것 같아서 잘 뿌리내렸으면 합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질해서 놔두었습니다.

아무리 바깥에 널려있는 부겐이라 할지라도 내가 애정을 주고 키우는 부겐만 하겠습니까? 잘 자라나 주기를 바랍니다.

(락다운동안 컷팅해서 심어놓았던 것 중에 네개의 부겐이 성공했습니다. 10월중순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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