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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Nov 30. 2023

11월과 12월 사이

낀 달에게 희망을

10월의 마지막 날은 대체로 인기를 끌지만 11월의 마지막 날은 어딘지 대접이 미흡하다. 12월의 마지막 날을 황제로 비유한다면, 10월의 마지막 날은 귀족적 사치가 깃든 느낌이 들고 11월의 마지막 날은 평범하다못해 관심 대상도 못 되는 그저 그런 날인 듯 싶다. 왠지 낀 달 같은 11월, 미지막 날까지 미안하기만 하다.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11월은 근래 들어 더욱 애잔해졌다. 12월의 다급함을 완화하려는 듯 각종 모임과 행사를 앞당겨 11월에 몰리는 추세이다. 11월은 분주해졌다. 역할이 많아지면 위용도 좋아져야 하지만 그렇지도 못하다. 결정적 마무리는 결국 12월이 한다. 온갖 일은 머슴이 다하고 결과물은 주인이 갖는 모양새다.


지난 주, 하반기 최대 식품박람회인 푸드위크 전시회가 열렸다. 11월에 엇비슷한 식품전이 여기저기서 진행됐다. 메가쇼, KFS, 과학기술대전, 명절선물전 등등의 식품전시회를 비롯해 내년을 전망하는 각종 세미나와 포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런저런 행사들을 나름대로 잘 마무리했다.

그리고 11월의 마지막 날에 이르러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소식을 들었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처참한 실패였고, 모두가 예상한 실패였다. 모두가 예상했는데 오직 한 사람만 예상하지 못한 듯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그것참, 희한한 일이다.


박람회는 축제와 다르다. 축제는 놀이에 방점을 두지만 박람회는 비즈니스가 우선이다. 놀이는 현재를 즐기는 게 중요하지만 비즈니스는 미래를 준비하는 게 핵심이다. 축제는 위안을 주고 박람회는 희망을 낳는다. 희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긴장하고 냉정해야 하며 과감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올해 푸드위크에서 식품산업의 긴장감을 여실히 느꼈다. 그 긴장은 소비자들의 변화가 만든

것이 분명하다. 참가사들은 요즘 소비자들의 변화를 이렇게 보고 있다.


√ 맛있게 먹고, 즐겁게 먹고,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만의 맛, 나만의 즐거

움, 나만의 건강은 의미가 없다. 나와 더불어 모든 생명체와 환경이 나아지기 위한

먹거리를 원한다.


√ 가성비와 가심비를 만족시키는 식품이 필요하다. 하지만 ‘싸면서 품질이 좋은 것’은 없

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비싸면 비싼 대로, 싸면 싼 대로, 이유와 의미를 알고 싶다.


√ 먹는 것은 단순하지만 먹거리의 생산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원료의 생산부

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투명한 공개, 철저

한 관리를 증명해 달라.


똑똑한 소비자들이 참 많아졌다. 그러자 긴장하는 생산·제조사들이 늘어났다. 지금은 물론 경제위기 시대가 분명하지만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어난 만큼 위기 극복 시기는 당겨질 것이다. 세상은 그렇다. 똑똑한 대중들이 늘어난 만큼 혼돈의 시기는 짧아질 것이다. 그러니 이 혼돈 속에서 한숨은 작게 쉬고 담대하게 걸어야 한다. 11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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