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나가 살고 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아직도 저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가 저에 대해 평가하거나 지적하는 소리를 들을 때 속으로 '칫 너희들이 뭘 안다고 그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 만나는 술자리, 남들과 마주하는 밖에서 저는 항상 가면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나쁜 모습, 힘든 모습은 감추고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다 생각했죠. 그러다 문득 술자리에서 밤이 깊어지고 술 병이 쌓여 갈 때쯤, 나의 가면이 벗겨지고 나의 진솔한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듣는 한 마디 'ㅇㅇ아 너한테 이렇게 힘든 모습이 있는 줄 몰랐어...'. 이 말은 그동안 해왔던 모든 연기와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그 순간 더욱 슬프고 가련한 영화 속 주인공의 역할을 더욱 힘내게 해 줍니다. 늦은 밤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가에 켜진 가로등을 보며 속으로 되뇝니다. '하지만 내 안의 순수한 솜털 같은 나는 너희들은 모를 거야.'
여태 저는 이러한 비밀스럽고 은밀한 자신에 대해 항상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나 밖에 모르는 나. 내가 여태 표현한 적 없는 나. 너무 험난하고 사나운 세상 때문에 상처 받은 나! 하지만 최근 이런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런 내가 누구지?
나밖에 모르는 나는 정말 존재할까요? 나 밖에 모르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표현되지 않은 나는 정말 있는 걸까요? 그동안 막연히 상상 속으로 생각하던 진정한 나에 대해 스스로 정의를 내려보고자 했습니다. '이런 이런 상황에서의 내 모습', '이런저런 상황에서 내가 했던 생각들'... 모두 다 내가 상상하던 내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실제 나의 모습들은 모두 위선적이고 가면을 쓴 거짓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실상 내가 정의하는 진정한 내 모습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드러난 적 없단 걸 느꼈습니다. 드러나는 모습들은 모두 내게 있어서 거짓 모습, 내가 연기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내가 생각했던 진정한 나는 뭘까요? 저는 그럼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요? 아니면 모두 거짓된 인생을 살아왔던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저는 존재하지도 않는 자신을 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겁니다. 아무리 나 자신을 아름답고 이쁜 이미지로 생각해도 결국 표현되지 않는 나는 진짜 나일 수 가 없습니다. 현실에서 드러나는 부정적인 나의 모습, 허약한 모습 등을 인정하기 싫어 마음속에 만들어 낸, 상처 받지 않고 순수한 자신은 모두 상상 속에 존재하는 나였습니다. 이런 나 보다는 오히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던 '가면을 쓴 나', '연기하는 나'가 그것 자체로 나의 진솔한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세상에 드러나고 노출되는 ‘나’가 실제로 존재하는 나에 더욱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 대해 평가하거나 지적하는 소리를 들을 때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대로 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비쳤던 그런 모습이 더욱 진정한 내 모습일 수 있습니다. 자기만 아는 자신에 대한 믿음, 자기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어떠한 생각 등. 요즘에는 오히려 이런 상상들이 오히려 진정한 나를 바라보는 데 덫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결국 나는 나를 모릅니다. 그리고 상대방도 나를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증명된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노출됐던 '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이렇게 노출됐던 데이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끌어 모아 정렬하고 체계화한다면 내 마음속의 거짓스러운 나보다 좀 더 진솔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