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2를 보고.
토이스토리 1의 여운이 식기 전에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 저녁시간을 쪼개 <토이스토리 2>를 봤습니다. 토이스토리 1이 장난감들이 생명력을 가지는 이야기였다고 한다면, 2편은 그 장난감들이 가지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토이스토리 2는 1과는 다르게 새로운 인물 '제시'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여자 카우보이 인형입니다. 그녀는 우디에게 장난감은 아이들(장난감의 주인)을 잊지 않겠지만 그들은 장난감을 잊을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이 나쁘거나 매정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우디가 작중에서 겪는 큰 내적 갈등의 원인이 되며 장난감과 사람 간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 줍니다.
토이스토리 1편에는 우디가 앤디(우디의 주인)의 사랑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지 잘 묘사돼있습니다. 새 인형 버즈가 앤디의 사랑을 받자 그를 시샘해 해코지하려는 장면, 앤디가 자신을 가장 아낀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버즈에게 자랑하는 장면 등은 그런 우디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우디는 앤디에게 받는 사랑을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며 그에게 받는 사랑에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우디의 이런 마음 뒤에는 항상 앤디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낡게 되면, 앤디가 더 좋은 장난감을 갖게 되면 언젠가 자신을 버릴 거라는 두려움은 작중의 우디를 계속해서 압박합니다.
저는 우디(혹은 장난감)가 겪는 이런 불안감은 단순한 장난감만의 고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그 사람에게 똑같은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 마음은 우리 인간에게도 매우 흔한 감정입니다.
중학생 시절 저는 제 친구들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친구들과 놀고 함께 있는 것이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친구들도 나를 이렇게 생각해줄지 늘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저에게 “ㅇㅇ아 너 ㅁㅁ랑 친해?”라고 묻는 것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나는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친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답하기가 꺼려졌습니다. 친구가 무언가를 부탁할 때면 혹시나 내가 거절하면 친구가 상처 받지 않을까 거절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저의 교우관계를 점점 악화시켰습니다. 나의 불안감을 안 친구들은 그것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부탁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불안은 점점 커졌습니다. 결국 중학교가 끝날 무렵 저는 그 친구들과 모두 이별하고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자신감을 뺏고 피해의식 속에 살게 합니다. 잊히지 않을까 오버하게 만들고 상대의 달라진 모습에 질투하게 합니다. 이런 태도는 관계를 악화시키고 자기 자신을 갉아먹습니다. 주변과 더 좋은 관계를 맺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생명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합니다. 때문에 이런 불안감을 이겨내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픽사는 그런 우리에게 토이스토리 2 말미의 이야기를 통해 이에 대한 힌트를 제공합니다.
앤디가 언젠가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우디는 제시의 말을 듣고 앤디를 떠나 아무에게도 버림받지 않을 수 있는 박물관에 전시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이때 우디의 장난감 친구들이 우디를 찾아옵니다. 버즈는 우디에게 토이스토리 1에서 우디가 자신에게 해준 , 장난감의 가치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해줍니다. ‘장난감은 장난감 다울 때가 가장 빛이 난다. 장난감의 목적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맞습니다. 장난감의 본래 목적은 어딘가에 전시되거나 영원히 살아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입니다. 우디는 버즈의 말을 듣고 잊고 있었던 자신만의 목적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앤디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우디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의 목적에 집중하는 것이 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을 말해줍니다. 타인에게 사랑받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것임과 동시에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결코 노력과 고민을 통해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불안함을 느낍니다. 작품 초반부의 우디는 예측할 수 없는 타인의 행동과 사랑을 위해 행동했기 때문에 늘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우디는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자신의 목적과 자신의 가치에 집중했기 때문에 불안을 이겨내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의 경험 이후, 저는 친구들의 마음이 내가 노력한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작중 후반 부의 우디의 결심은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타인에게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합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감정은 단순한 소망으로 접어두려 합니다. 상대가 나를 싫어하더라도, 내가 준 사랑만큼의 사랑을 돌려주지 않더라도 이제 저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내가 준 사랑은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내가 얻게 될 나만의 목적 또는 가치를 위한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이스토리 2는 사람이 타인에게 가지는 맹목적인 사랑과 그에 대한 보상 심리가 주는 불안에 대해 매우 잘 묘사한 영화입니다. 현재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다고 느끼거나 타인의 사랑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토이스토리 2를 다시 한번 시청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