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몬 Oct 04. 2024

오후 13시, 제발 밥 좀 먹자

교원의 점심시간은 근무시간

A 선생님 : 오늘 파스타 정말 맛있지않아요? 

B 선생님 : 그러게요. 매번 정말 급식이 맛있게 나와서 기분이 좋네요. 

C 선생님 : 맞아요~ 애들도 맛있다고 좋아하겠네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새도 없이 

우당탕탕 (급하게 오면 이미 누군가 온다는걸 알수있는 발걸음의 매직)

비루한 칸막이 하나로 나눠져있는 교사와 학생 급식 책상을 넘어서, 학생이 달려온다. 


"쌤!!! 애들 싸워요!!!! 
"쌤!!! 저 수행평가 그냥 지금 보면 안되요?
"쌤!!! 저희 시험범위 뭐였죠?"
"쌤!!! 저 축구하러 가야되는데 상담 지금 하면 안되요?"




너희들 눈에는 지금 움직이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안보이는거니 

나 파스타 아직 두젓가락 밖에 안먹었는데

또르르(식탐많은 교사, 내면의 눈물)


라는 소리는 마음의 소리로 담아두고 합리적 답변을 해주거나, 위급 상황(학교 폭력, 학생이 해결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 등)에서는 급식판을 초단위로 뛰어가 정리한 뒤 학생과 함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일어난다. 








[선생님의 권리보호와 책임예방] 교원의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인가...점심시간 사고 발생하면? 
(2022.5.1. 교육플러스)


[선생님의 권리보호와 책임예방] 휴식·점심·청소시간 사고 책임 예방하려면 (2023.5.3. 교육플러스)


식습관 지도, 질서 교육 등 성인이 아닌 청소년에게 필요한 생활 습관 및 인성교육을 위해 점심 시간도 근무시간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대부분의 학교는 급식지도 순번을 정해서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급식실 안에서 질서지도, 식습관 지도 등을 한다. 그리고 담당 급식지도 날이 아니더라도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돌발상황해결을 위해 먹던 밥을 집어 던지고 뛰어 나간일도 부지기수이다. 

 

때때로 성숙한 학생들이 교사의 밥먹는 즐거움을 존중해주기위해 기다리거나 해결하려고 노력하거나하는 지나친 배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음이 앞서서 달려나오는 친구들이 많다. 


물론 근무시간에 포함되는만큼 지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식탐많은 1인으로서 1시간 늦게 퇴근(8시간 근무를 위해 점심시간이 당연히 포함되는 부분도 있다)하고 점심시간에는 여유로웠으면 하는 마음도 가~~끔 올라온다. 


아침굶고 점심 한술 뜨려고 하는데 급식판 내려놓을 새도 없이 뛰어나간 날은, 

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점심시간이 끝나있고, 5교시 수업까지 겹치면 수업하다가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 그럼 친절한 아이들은 자기들 먹을 것을 수업 나갈 때 쥐어준다. 불쌍해보였니? )



교사로서 아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마음으로' 헤아려주고 걱정해주고 싶은 생각이 아직도 내 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책임' '법규'라는 단어들이 진정한 라포형성을 때때로 방해하는 것 같다. 


학교폭력이든, 안전사고든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함이 맞고, 혹시라도 발생했다면 내 딸, 내 아들, 내 친구 처럼 달려가서 걱정해주고 해결을 위해 고민하면 되는게 단순한 정답이라고 생각하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내탓 네탓 하기 바쁘다는 점이 씁쓸하다. 


학생이 있는 곳에 교사가 있어야 하는 것도 맞다. 학생도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면 안된다. 하지만 때때로는 실수, 우연, 돌발상황이 존재할 때도 있는데 모든 상황과 변수를 틀어막을 수 없고 이러한 변수를 틀어막을 수 있는 촘촘한 안전망 형성은 '라포로 이어진 학교 공동체'여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


교사-학생 / 교사-교사가 서로 믿고 진심으로 대한다면,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과 배려가 있기 때문에 내 책임, 네 책임, 규정으로 재단하기 등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인간적인 실수로 생기는 빈틈을 서로 도와주면서 막게 되고 결국, 작은 위험 요소의 구멍들이 그때그때 메꿔지면서 더 큰 재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정성 있는 라포로 이어진 학교 공동체가 실제로 가장 안전한 학교가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역행하는 기분이다. 각종 학교 관련 변호인들이 등장하고 '돈'으로 '책임'을 면할수도 있는 기회가 발생하니, 결국은 옳은 척 재는 기준만 남고 안전도 진심도 행복도 놓치는 것만 같다. 








축구하러 가자!!

농구하자!! 

으아ㅏㅏㅏㅏㅏㅏ (거의 원시인 수준으로 뛰어와서 근처에 지나가면 바람이 분다) 안녕하세여ㅓㅓㅓㅓㅓ 


선생님 저 어제 치킨먹었어요

선생님 11월에도 덥대요. 이상하지 않아요?

선생님 곰젤리드실래요 

선생님 이거 새로나온 과자인데 먹어보세요 어때여 



다양한 위험부담도, 마음의 불안과 당황스러움도 존재하지만

별별 소소한 말들이 복도랑 운동장에 쏟아지는 시간도 점심시간 쉬는시간이라서


실은 재밌을 때가 많다는 점이 ............. (쓰다보니 점점) 스스로도 왜이러나 싶다. ㅎㅎ 







애들의 웃는 얼굴을 많이 보고 싶다. 

실은 투덜투덜대는 아이들처럼, 학교 환경에 대한 불평이나 투덜거림을 늘어놓지만.

아침에는 추워도, 점심에 햇살이 좋다. 너희도 학교도 좋다. 







이전 07화 오후 6시, 집으로 와야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