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어린이집 등원 전에 아이와 사소한 트러블이 있었다. 집을 나서야 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옷을 입지 않겠다며 버티는 통에 준비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꼬드겨 그럼 식탁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그동안 머리를 묶어주겠노라고 합의를 봤는데 갑자기 장난감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거다. 전원 버튼이 먹통이 되자 아이의 짜증은 극에 달했고, 급기야는 장난감을 집어던져버렸다. 그리고 내가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이자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시간에 쫓기는 아침,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물건을 집어던지며 우는 아이.
나도 감정이 올라와 달래지 않고 그냥 지켜보았더랬다.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려줄 참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아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입으로 흐느끼는 소리를 내면서 곁눈질로 내 눈치를 살피는 게 보였다.
그때 두 팔을 아이 쪽으로 벌렸다. 그러자 아이는 냉큼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다 울었느냐고, 장난감에서 소리가 나지 않아 집어던졌느냐고, 그래도 그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타이른 다음 어린이집 갈 준비를 마쳤다.
가끔 나도 모르게 아이의 울음을 돋우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의 행동이 괘씸해서,
나도 감정이 격해져서,
버릇을 고쳐보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그러다 울음 끝에 와락 안기는 아이를 품으면
역시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엉엉 울면서도 이 작은 것은 내게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싶어 미안해진다. 우는 아이 토닥여 주는 일이 뭐 그리 힘들다고 아이와 기싸움을 벌였을까 스스로가 한심해지기까지 했던 오늘 아침이다.
오늘의 다짐
우는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안아줄 것
아이와의 공연한 기싸움으로
내 부족한 내공을 들키지 말고,
먼저 다가가 안아줌으로써
마음을 단련(?)해보기로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로서도 성장하는 과정은 참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나마 더 깊은 인간으로 성장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내게 육아는 철학수업과도 같다. 육아하면서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고 자란 내가, 그 아픔을 대물림 할 순 없으니 오늘도 실수하고, 반성하고, 되돌아보면서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