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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담 Jan 20. 2024

상처입은 아이에게는 부모가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

내가 자꾸만 불행했던 과거를 글의 주제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 속 상처에서 고름이 차올라 토해내듯 썼던 브런치스토리 #엄마를미워합니다 에서는 그야말로 울부짖는 심정으로 쏟아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 내 과거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 흉터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무책임하게 느껴져서 역겨우리만큼 싫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말의 담담하고도 깊은 뜻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자꾸 지난 음울한 과거를 들먹이는가' 묻는다면 이제는 답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불행했고, 두려웠다. 한국사회에서 '천륜'이라는 족쇄를 끊고 달아나 비로소 나 자신을 자유롭게 만든 내가 자랑스럽다고.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지금에 이른 만큼 더 많은 이에게 위로받고, 공감을 얻고 싶다. 


2년 전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때 일기처럼 때론 유서처럼 적어내려갔던 글에 달린 절절한 댓글을 보며 얼마나 뜨거운 위안을 받았던지.. 

세상에 나 혼자만 불행한 줄 알았는데, 나만 사랑받지 못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릇된 부모자식 관계 속에서 괴로워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는 내 몸도 마음도 온전치 않은 상태였어서 그 감동을 전달 받으면서도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다. 

그냥 아프다고 소리쳤을 뿐인데 외치고 나니 그래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건지. 자신이 없었다. 


당신도 나처럼 엄마를 버리라고, 당장 도망쳐 나오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늘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 역시 부담스러워지기도 했다. 


내가 부모가 된 지금, 지난 6년간 아이를 키우면서 절반의 기간 동안은 부모를 이해할 없어 원망하며 보냈다면 나머지 절반의 시간동안 몸과 마음을 회복하면서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죽을 힘을 다해 내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닮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최악이었던 내 부모의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 내가 더 나은 부모가 되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내가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는 뜻이 아니다. 과연 세상에 완벽한 부모가 있기나 할까? 


아주 여러가지 면에서 최악이었던 내 부모에게 내가 바랐던 건 단 한가지였기에..

그 한 가지만 지키면 나는 썩 괜찮은 부모가 될 수 있을거란걸 알기에 부모와 닮기보다 더 나은 쪽으로 걷는 길을 정한 것이다. 


그건 바로 '인정'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아이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

과오를 마주하며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아이는 언제나 부모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또한 알기에


아직까지도 내가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그뿐이니까. 

그런 메시지를 담은 글로 세상과 소통해야지. 나를 내보여야지 마음먹었다. 


그러다 SNS 상에서 한 임상심리학자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 불안과 고민을 잠재워준 감동스러운 글이라 전문을 옮겨 적는다.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항상 변함없이 즐겁고 평안할 수 없듯이 갈등이 없는 가정은 결코 없겠지만, 가족관계는 선택할 수 없으므로 한번 틀어지고 갈등이 생기게 되면, 해소하기도 어렵고, 겪게 되는 괴로움도 다른 관계보다 훨씬 힘들게 느껴지게 됩니다. 

어려운 것은 가족의 갈등은 가족 구성원 중 한사람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강한 나를 바탕으로 부모님에게 올바르게 기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기본으로 필요합니다. 지금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회복이며, 이미 그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치료를 스스로 받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자신의 선택을 믿고 따르시길 바랍니다. 


부모 자식간의 대립과 마찰, 상처로 인한 단절 시 먼저 노력해야 하는 쪽은 부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겪고있는 부모 단절의 고통은 온전히 부모들의 책임이니까요. 


이런 말씀을 부모님께서 선생님께 해주실 날이 오기를 온 마음 다해 바라봅니다. 


'네가 정말 힘들 때, 고민이 있을때 우리에게 오렴. 언제고 기다릴게. 너를 만날 생각을 하며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앞으로는 못 기다리겠니.'라고요. 말없이 그리고 흔들림 없는 태도로 선생님의 회복 시간을 지켜봐주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간절히 바라봅니다. "


심리학자가 보내준 긴 위로는 내게 더 깊은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부모 자식간의 마찰로 인한 단절 시에는 부모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특히 더 와닿았다. 

전문가가 일러준 말이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막연했던 모든 생각이 정리되는 듯 명료해졌다. 


글 말미에 나의 부모를 대신해 '언제든 기다리마'라고 전한 따옴표는 내가 우리 아이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한 마디이기도 했으니까. 


이제서야 비로소 내 글이 나아갈 방향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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