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아버지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남동생

by 강이랑


엄마는 자신의 밭에 고추며 깨며 콩을 심어 목돈을 벌곤 했다. 큰 언니와 작은 언니는 정기적으로 엄마에게 돈을 보냈다. 그 돈으로 엄마는 지적 장애를 가진 남동생이 돈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 용돈을 주곤 했다.


남동생은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거나 게임을 하는 것과,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사 먹는 게 큰 낙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동생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줄 사람이 없다.


어느 날 동생이 아버지한테 돈 이야기를 했단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니가 거라시가 되어도 난 몰라야."그랬다는 것이다. 동생은 흥분한 목소리로 "누나 아버지란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해야 쓰겄는가?"한다. 그렇다고 동생이 돈을 마구잡이로 함부로 쓰는 것은 아니다. 다달이 나오는 대부분의 돈은 집안 살림을 위한 돈으로 쓰이고 남은 용돈으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쓰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르신은 시시때때로 변고 빈번히 문제를 일으다. 잘 지내는가 싶다가도 문제가 생기고, 문제가 생겼는가 싶다가도, 다시 풀린다.


어느 날 어르신이 자기 원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어르신의 자녀분 중의 한분이 아버지의 성향을 파악하고는 전화 통화를 하며 아버지에게 험악한 말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어르신의 자녀분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무서워진 아버지는 고향집에 있는 게 두려워 읍내에 있는 동생네 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동생은 고민에 빠졌다.

"누나, 아버지가 여기 내 방에서 주무시고 대신 나더러 시골 가서 자래."

"세상에! 그럼, 아버지, 아버지가 오시면 제 방에서 함께 주무시던가, 시골집에 저랑 같이 가서 자요. 하고 말해 봐."

"근디 자꾸 나더러 가서 혼자 자라고 헌당게."

"응 그러면 아버지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아버지는 아버지 집에서 주무세요. 아니면 저랑 같이 아버지 집에 가서 자던가요. 하고 말해 봐."

"그럼 아버지한테 한번 말해 볼게."


한참 후에 다시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누나 함께 아버지 집으로 가서 자기로 했어. 짐 챙겨서 가려고."


아버지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외면으로는 한없이 으스대면서 이보다 더 겁쟁이가 따로 없다. 자신들이 문제를 일으켜놓고는 동생 새우등 터진다.


아버지와 동생은 고향집에서 무사히 하룻밤을 보냈다. 이틀 째였을까 다시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누나 읍내에 가서 목욕도 하고 짜장면도 먹고 왔어."

그리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 일이 터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아버지가 다시 한번 동생에게 "니가 거라시가 되어도 난 몰라야."그랬다는 것이다. 참지 못한 동생이 아버지에게 험악한 말을 하고, 겁먹은 아버지가 놀라 사색이 되고, 큰일 났다 싶은 동생은 얼른 짐을 챙겨 곧바로 자기 집으로 왔다는 것이다.


"누나, 말로만 그런 거야. 그래서 바로 집으로 와버렸어."

"너 말도 함부로 하면 얼마나 무서운데. 아무리 말이라고 해도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어."

"거라시가 되어도 모른다고 또 그러는디."

"그래 내가 들어도 심한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겁주면 쓰겄냐."

"그래서 바로 우리 집으로 왔당게."

"그래 그건 잘했어."


이 여파는 꽤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다. 동생은 자신이 입밖에 내 벌린 상황이라 근신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그래도 천만다행이었다.


그 후 한참 있어 "누나 아버지가 10만 원 주신대."그런다. 다음날 " 아버지가 10만 원 주시대?"하고 묻자, "아니 내일 주신대." 그 다음날 또 묻자 "다음에 주신대." 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누나 아버지가 2만 원 주셨어." 한다.


세상에 2만 원을 주셨구나.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린고비 아버지한테 동생은 결국 2만 원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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