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전화

by 강이랑


아버지가 전화를 주셨다.

"보고 싶어 전화했다. 굶지 말고 지내라." 그러신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신다.

"2주 15일간은 죽는 생각만 했다. 잠도 안 오고 죽을 것 같고. 바다에 들어가 죽을라고 하는데 죽는다는 게 잘 안된다."

"아버지, 살아 계셔서 다행이에."

"죽을라고 해도 잘 안되더라. 아주 애를 삭였는데 바람 잦았다."


어르신 말씀도 하신다.

"우연히 만나 도란도란 지낸다. 마음씨도 곱고."

"그러셔야죠. 두 분이 의지하며 잘 지내세요, 아버지. 어르신께 잘해드리구요."

"그래도 보고 싶은 게 한번 와야."

자꾸 내려오라고 그러신다.

"네, 그런데 제 마음속에 아직 엄마가 살아계셔서 애도 기간이 좀 필요해요."

"엄마 얘긴 허지 말아야. 눈물 낭게."

목소리가 축축해진다.

"아버지께는 아내였지만 저는 엄마를 잃은 거라 그렇게 쉽게 안 돼요."

"긍게 허지 말랑게 그런다. 지난 일은 접고 살아야."

아버지는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어쩔 줄을 몰라한다. 순식간에 방어벽을 치고, 침울해하더니, 눈물 섞인 목소리가 된다.


"몸이 안 좋다. 피로가 계속 와. 보약을 먹어봐도 아무 소용없어야. 병원 예약해서 피검사받고 입원하라고 하면 해야지."

오빠네 큰 조카가 함께 간다고 한다.

"그럼 어르신은 어떻게 되나요? 아버지 집에 그대로 계시나요?"

나는 어르신의 거취가 걱정된다.

"나 보고파서 왔응게 여기 함께 있어야."

"네 다행이에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사경을 헤맬 때 아버지는 그때도 "어머니 따라 죽을란다."하고 말했었다. 장례식 끝나고 아버지 집에서 3일을 지낼 때 아버지는 "엄마 꿈꿨냐? 장례 끝나고 바로 엄마가 꿈에 안 나오면 좋다고 그랬어야." 하며 엄마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계시면서도 엄마 없이 어떻게든 혼자 살아보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었다.


동갑인 아버지와 엄마는 67년을 함께 한집에서 살았다. 저녁이 되어 돌아오는 집에는 어김없이 엄마가 있었다. 그랬던 분이 엄마 없는 집에서 혼자 지내기란 공포였을 수도 있으리라. 그동안의 아버지만의 고뇌도 느껴졌고 어르신이 계셔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혼자 외줄을 타며 균형을 잡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나 아버지 같은 분은 혼자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죽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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