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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May 02. 2024

분별력


개인적으로 요즘의 화두는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다. 내가 분별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느 작은 교회 목사님께서 진행하시는 독서모임에 참여하고서부터이다. 그때 내가 참여한 독서모임에서는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장경철·이종태 옮김, 홍성사)가 과제도서였다. 혼자 읽어서는 잘 이해도 안 가고 함의를 깨닫기 어려운 문장을 목사님이 해석해 주시고 설명해 주시고 나서야 이해하곤 했다.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여러 깨음을 주는 문장이 많았지만 유독 분별력에 대한 부분에 눈길이 갔다.


C.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분별력에 대해 말한다.


‘분별력’(Prudence)이란 실생활에 적용되는 양식(良識, commonsense)을 뜻하는 말로서, 자신이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으며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 (《순전한 기독교》, p.130)


나는 이 문장을 소처럼 되새김질하고 또 되새김질해 본다. 일상생활이나 관계, 상황 속에서 양식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없는지, 어떤 행동을 스스로 인지하고 행하고 있는지 아닌지, 그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예상하고 상상하는 힘이 있는지 없는지. 분별력에 대해 내가 기존에 알고 있거나 생각조차 못 했던 것을 C.S. 루이스는 말해주고 있었다. 나 자신의 행동도 그렇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이 초래할 결과는 눈곱만큼도 예상하지 않고 상식 밖의 이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자신이 지금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출지 전혀 객관화가 안된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아무 말 안 하고 묵묵히 지켜보곤 하지만 내심 난감한 기분이 들고, 한편으론 나 또한 이런 적은 없는지 되새겨보곤 한다.


C.S. 루이스는 계속해서 분별 있는 모습에 대해 서술한다.


그가 바라시는 것은 아이의 마음과 어른의 머리입니다. 그는 우리가 착한 아이처럼 순진하고 한결같으며 정 많고 잘 배우기를 바라시지만, 동시에 우리의 지성은 어느 면에서나 그 임무를 다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최상의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기를 바라십니다.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한다고 해서, 그 자선단체가 가짜인지 아닌지조차 알아볼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해서(예컨대 기도하고 있다고 해서) 그에 대해서 다섯 살 수준의 유치한 개념을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순전한 기독교》, p.131)

   

그 무슨 일을 하든 아이와 같은 한 마음을 가지되, 냉철한 지성으로 사리분별을 갖출 것을 당부하고 있는데 특히 “아이의 마음과 어른의 머리”라는 문장이 들어왔다. C.S. 루이스는 이 부분에 대해서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자기가 정말 관심 있는 일에 대해 상당한 ‘분별력’을 발휘하며, 아주 지각 있게 사고합니다.”(《순전한 기독교》, p.130)란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었다.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 코칭을 하며 만난 아이들도 정말 그랬다. 과도한 욕심을 자제하고, 때와 상황을 분별할 줄 알았으며,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나한테 어떤 질문을 던져도 호기심에서란 생각 들었지만 아이들이 무례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종종 ‘허걱’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경우는 아이들과 대면했을 때가 아닌 어른들과 대면했을 때였다. 상당수의 어른들이  사리사욕이 담긴 ‘어른의 마음’과 몰지각한 ‘유아적인 머리’를 지닌 행동을 하곤 했다. 이런 사람들의 행동은 전염력이 강해서 분별 있는 어른들 또한 순식간에 전염되기도 다. 내가 그러지 않고, 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분별력을 키우고 싶다.


정말이지 나는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분별력을 키울 수 있을까. 그런 구체적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잘 새기고 잘 봐둘 것, 내가 한 행동 또한 합리화시키지 않고 반성할 것, 타인의 행동을 반면교사로 삼아 나 스스로는 삼갈 것, 서적으로 치 못할 상황을 제외하고는 분별력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을 멀리할 것, C.S. 루이스가 강조한 것처럼 “아이의 마음과 어른의 머리”로 별로이고 아닌 것을 구분하고 분별하려는 자세를 가질 것 등이 오른다.   

  

무엇보다 근래에 나 자신이 한 행동을 돌이켜보며 반성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끄럽게도 어떤 기분과 상황에 휩쓸려서 분별력 없는 행동으로 반성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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