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어느덧 1주기가 되어간다. 나는 오사카에서 오자마자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고향으로 직행했다. 엄마의 죽음은 아버지의 삶에 깊은 우울을 드리우고 있었다.
엄마 살아생전, 아버지는 아침에 나가 저녁때가 되어야 집으로 들어왔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각 당연한 것처럼 그곳에 엄마가 있었다. 엄마가 없는 저녁의 집은 아버지에겐 쓸쓸하고 적막하기만 한 곳일지도. 그렇게 1년이 다가오며 밤 내내 잠 못 이룬 아버지의 내면엔 우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갑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도 없는 저녁, 홀로 집에 있으면, 모든 쓸쓸함과 어둠이 함께 했다. 그곳에 엄마가 돌아오면 부엌에 온기가 감돌며 집은 한순간에 따스함으로 넘쳐났다. 그저 그곳에 엄마가 있는 것만으로 집은 한순간에 다른 세상으로 탈바꿈했다.
아버지의 우울의 한 원인엔 분명 엄마의 죽음과 부재가 있었다.
그리고, 늙어감. 모든 것의 쇠퇴. 그 자체로 그저 우울. 보이지 않는 눈, 까마득한 기억력, 아픈 다리, 엄습해 오는 불안과 죽음의 기운, 아버지는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잠 못 드는 밤, 아버지는 울면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우울을 목격한 순간, 나 또한 눈물이 났다. 우울은 상실이고, 무기력이고, 불만족이고, 슬픔이다. 내가 겪은 우울은 아버지의 우울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슨 조화일까. 나의 우울은 전혀 우울이 아님을 깨달았다.
우울한 아버지는 내게 잠 못 든 밤 자식들에게 쓴 편지 같은, 시 같은 글을 보여주었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우울이 다시 아버지에게 시심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아버지의 편지 같고 시 같은 글이 절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