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렇게 했다.
아침이 밝았다.
하늘이 파랬다.
아름다웠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렇게 했다.
목이 말랐다.
배가 고팠다.
다시 목이 안 말랐다.
다시 배가 안 고팠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그대로 있었다.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우렁찼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다.
*대문 이미지 그림은 강성은, 「팽나무 아래」('붓이 옳았다', 동덕아트갤러리, 2024.8.21~27)의 한 부분으로 작가님의 허락을 받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