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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Oct 31. 2020

#6. 인정은 기대라는 부작용을 낮는다


가난한 청년시절의 나는 어딘가의 쓰임이 되기 위해 마음을 졸이며 노력했었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청춘이라 불렀고, 열정이라 말했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젊음이나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떤 책임감, 막막함,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희망 같은 것들이 

형체를 알 수 없게 버무려져 만들어낸 애처로운 땀방울 같은 것이었다.


그 노력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내 안의 열등감, 비교에서 오는 조바심, 

선택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쌓여 만들어 낸 어두운 에너지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장황한 설명을 “인정”이라는 

단어로 함축할 수 있는 것 같다.


수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림 강의를 한다. 

지금껏 그림을 배우거나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며 알게 된 유용한 팁들을 모아 처음 그림을 시작하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그림 수업이다. 
 
 보통 주 1회씩 8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이때 다양한 사람들이 수업에 참여한다.

가정주부는 물론이고, 워킹맘, 1인 기업가, 중소기업 CEO, 소상공인, 프리랜서 등등 다앙하지만 

그림 수업에 참여하기에는 의외라고 생각했던 직업군의 수강생들이 있다. 

그것은 미술학원 원장님이나 선생님, 일러스트 작가 같은 이미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거나, 

해당분야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가끔씩 미술학원 원장님이나 미술 선생님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미술학원 밖의 그림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참여하는 것도 있는 듯 보였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전공자의 선과 그림은 초보자들의 서투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한 선과 안목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피땀 흘려 훈련을 했을까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한 번은 미술학원 원장님으로 계시는 수강생 분과 이야기를 

나눌기회가 있었는데 그림전 공자들은 어떤 그림이든 편하게 

그릴 거라 생각했던 내 단순함에 화들짝 놀란적이 있다. 


 “그림 전공한 사람들이 그림 더 못 그려요”
 “전공했다는 이유로 기대하는 시선들이 너무 불편하거든요”
 “저는 지금 그림 시작하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 마음대로 그릴 수 있잖아요”
 
 경험해 보지 못한 깨달음 같은 것이었다. 

못하는 사람들은 “인정”받으려고 하지만 정작 잘하는 사람들에게 인정은 “기대”라는 

부작용을 낮는다는 것이다. 

잘하는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부당한 기대감이 편할 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은 보지 않고, 선입견만 남았으니 얼마나 속상하고 힘들었을지 

나는 감히 예측하지 못하겠다. 


시작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인정과 기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인가를 잘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긍정적이겠지만 지금 당장 

드라마틱하게 잘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인정받지 않을 수 있은 

지금을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기대감이 없다는 것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유명 스타들, 인기인 플로 언서들의 삶이 모두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집중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구속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인정과 기대가 없다는 것은 그들을 위해 그럴싸한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안전한 안도감 같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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