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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Oct 31. 2020

#7. 태도가 만족을 만든다


첫 직장은 결국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하게 되었고, 

나는 익숙했던 청년백수의 삶으로 다시 돌아왔다. 

1999년도 끝나고 새천년이 시작할 무렵 대한민국에는 IT산업이 붐을 이루었고, 

전자공학을 전공했던 나는 IT 분야로 전향하는 것이 유리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순 없지만 

새로운 것을 시작해 보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할 것 같았다. 

지역신문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고,

퇴직금으로 받은 200만 원을 몽땅 털어 "웹마스터 양성과정”이라는 생소한 직업교육에 참여했다. 
 

전공분야를 바꾸는 일.

그것도 학교 밖에서의 교육을 받는 것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선택이기도 했다. 

적어도 학교는 자율성만 담보 잡을 수 있으면 인증된 졸업장 정도는 보장된 곳이 었지만 

그것에 비해 학원교육은 보장되는 것이 없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불안요소가 컸던 도전이기도 했다. 


프로그래밍, 디자인, 네트워크 이론, PC정비실무 등의 것들을 얄팍하게 알려주는 6개월간의 프로그램이었지만 

나는 학교 수업보다 더 성실하게 참여했고, 좋은 성적으로 모든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내가 검증되지 않은 학원 수업에 더 성실히 임할 수 있었던 것은 수업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결정이었고, 

난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랐던 것은 맞지만 그것만을 기대하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외부적인 참견 없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나 자신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평가가 아닌 

자발적인 의지와 주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증명하는 일만큼 신나는 일도 없지 않은가. 

수년의 시간이 흘러 그림을 그리는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평가를 받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물론 어떤 일이든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림에 있어서 남들의 평가는 

나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지금까지 내가 서툰 그림을 꾸준히 그릴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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