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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Oct 31. 2020

#12. 나에게 호기심을 갖기로 했다.


나는 내 것이니까 나에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것은 

여전히 내 것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것을 찾으려고 유심히 들여다보니,

내것은 없고 다른 이의 것들만 가득 차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가족의 것이었고, 친구나 동료의 것들이었다.

때론 얼굴 한번 본적 없는 SNS 친구의 것들 이기도 했으며 

그들의 만족과 나의 만족을 맞바꾸며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유 없는 열병을 앓아 던 이유는 이것이었다. 


나는 차근차근 나에게 호기심을 갖기로 했다. 

지금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았고, 

내가 보내는 시간들을 꼼꼼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나와 관련된 것이라면 떠오르는 대로 적어두고 그것들을 시간 날 때마다 꺼내보았다. 


퇴근시간이 되면 대충교통을 타지 않고 걸었다. 

집과 다른 방향이더라도 나중에 고쳐 잡으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걸었다. 


의지를 들여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나를 스쳐가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이라도 하는 듯 무심하게 지나쳤다. 


“여기에 내가 있고, 나는 걷는다.” 

이거 이외에는 아무런 것에도 관심을 쏟지 않았다. 

가끔은 다른 생각들이 비집고 들어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켜서 생각들을 물리쳤다. 


그렇게 걷다가 조용한 카페를 만나면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노트를 펼치고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지금부터 역할은 내가 선택한다.” 

“내 첫 번째 역할은 나를 지키는 일이고 그 두 번째 역할은 가족을 지키는 일이다.”


나는 걷고, 쓰고, 그리는 일을 반복했다. 

반복하는 일은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퇴근 후 걷거나 쓰고 그리는 시간을 갖는 것은 내게는 이유가 있는 일이었고, 

그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내 것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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