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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Oct 31. 2020

#15.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어 주다 보니 정작 내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꿀꺽 삼켜버릴 때가 있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얼굴 근육을 움직여 보기 좋게 세팅하고 

하루를 견뎌보지만 정작 쏟아내야 하는 것들은 몸속 장기들의 

뒤편 어딘가로 들어가 겹겹이 쌓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떤 날은 나도 내 이야기 좀 해보자 싶어 그것들을 꺼내보려 

하지만 더 이상 용기를 내지 못하고 다시 억지로 구겨 넣어버린다. 

하고 싶은 말들 토해내지도 못하는 나를 원망하며, 

아무런 상관도 없는 불평만 쏟아내다 보면 어느새 실없는 투덜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차마 꺼내지도 못 한 말들은 견고하게 자리 잡아 더 이상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않고 중간 어딘가 쯤 걸려버리면 언젠가 

숨이 막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내게 삼십 대의 삶이 그랬다.

누군가의 기대는 내가 이루어야만 하는 의무가 되었고, 

그것은 어느새 나의 꿈으로 둔갑하여, 이루어도 기쁘지 않을 것들에 내 청춘을 소비했다. 


원망할 대상이 없는 남의 탓은 결국 나를 향해 있는 것이다. 

나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고, 나 자신에게 많은 말들을 했어야 했다. 


나의 원함이 무시되지 않도록 나 자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꺼내어 말했어야 했다.


나는 바뀔 수 있으나 또 그럴 의지가 있으나 나를 둘러싼 환경, 관계들이 

나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느껴진다면 난 그것들을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질질 끌려가다 만신창이 된 나를 발견하느니 내 주위를 둘러싼 

그것들을 버리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롭고 건강한 선택이라 믿고 있다. 


나에게 그것들은 강력한 압박이고, 무거운 책임감이었겠지만 

정작 그것들은 내가 버려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러니 자신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가끔은 악을 써서라도 토해 내 버렸으면 좋겠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 배는 그 길목에 가로막는 것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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