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유, 미래전망
저는 회사에서 5년 동안 사내강사로 활동했었어요. 전략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 미래 전망이나 트렌드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지요. 그 자료들을 솎아내고 정리해서 신입 사원부터 신입 부장까지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을 위한 강의를 준비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강의를 준비하다 충격적인 자료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한 리서치 회사에서 만든 인포그래픽이었죠.
“xx 년에는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프리랜서, 계약직, 독립적 계약자 또는 개인 사업자의 형태로 변화할 것입니다”
그 문구에 나온 xx 년은 제가 그 자료를 보던 시점에서 불과 5년 뒤였어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대부분의 직업의 형태가 바뀔 예정이라니! 설상가상, 미래를 전망한다는 다른 수많은 서적들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었지요.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인가. 어렵게 입사해서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고작 몇 년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쉽게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죠.
언젠가 찾아 올 미래라면, 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겠구나.
마음속 잔잔한 수면 위로 물방울 하나가 똑 떨어지며 작은 원을 그렸어요. 그리고 읊조리듯 작은 소리로 다짐했죠. 언젠가 회사원의 이름을 벗게 되더라도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자. 너무 늦기 전에.
시곗바늘을 휘리릭 돌려 현재 시점으로 와 볼까요?
저를 충격에 빠뜨렸던 자료가 예측하던 전망에서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아직은 회사들이 사라지고 개인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일하는 미래가 오지 않았어요.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회사에 소속되어 그 안에서 주어진 일을 합니다.
하지만 변화의 톱니바퀴는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 전 세계를 강타 한 팬데믹과 함께 말이죠. 누군가와 만나면 감염이 될 수 있고,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발 빠른 사람들은 더 이상 직접 만나고 얼굴을 마주 하지 않아도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냈습니다.
비대면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영상 통화 그리고 화상 회의 플랫폼. 존재한 지 이미 수 십 년이 넘은 기술이죠.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화면보다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방식에 더 익숙했으니까요.
하지만 '두려움'과 '불안감'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랍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는 이러한 비대면 기술들에 날개를 달아 주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했던 줌 (Zoom), 구글미트 (Google Meet), 웨벡스 (Webex) 등등. 화상 회의 플랫폼들은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근무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대면으로 일을 하는 것도 크게 어색하지 않아 졌어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우왕좌왕하던 기간 동안, 미래는 몇 배속 빠르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겁먹지 마세요. 내일 당장 회사가 없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미리 준비를 해 두어서 손해 볼 것은 없겠죠.
시간을 다시 되돌려 과거의 저로 돌아가 볼게요.
그래, 회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떤 직업들이 살아남게 될까? 궁금해진 저는 그와 관련 서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책은 호리에 다카후미의 [10년 후 일자리 도감]입니다. 책에 따르면 미래에는 “취미로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이나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일보다는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한 예로, 미래에는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이 있는 작은 개인 점포가 대기업의 체인점을 능가하는 가치를 가진다고 해요. “아티스트적 태도의 가치, 즉 사람이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문화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귀중해지고 더욱 훌륭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것이죠.
사람 ‘만’이 할 수 있는 일.
사람 ‘이니까’ 할 수 있는 일.
다양한 책과 자료들을 통해 공통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어요. 바로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미래가 다가 올 수록 ‘인간성’을 최고의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에요. 인공지능이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얻을 수 없는 것 말이죠.
꿈, 사명, 취향, 나만의 고유한 특성.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 화폐적 값어치가 없기에 무시하고 버려진 가치들이죠. 그것들이 모이면 그 어떤 미래 전망이나 트렌드 리포트보다 제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정확한 지표가 되어 줄 것 같았어요.
불과 몇 년 전 만 해도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의 손은 커피를 제조하고 서빙하는 것처럼 단순한 동작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음식을 예술의 경지로 풀어내는 정교한 몸짓에까지 다가가고 있어요.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설령 사람의 손만큼 정교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을 탑재 한 기계가 등장한다고 해도 말이지요.
사실 지금도 공장에서는 얼마든지 원하는 크기와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을 찍어 낼 수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와 영수증까지 똑같은 고퀄리티 카피캣 제품들까지도 넘쳐나죠. 하지만 명품과 카피캣 제품은 열 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카피캣 제품들의 값어치는 떨어지지요.
반면 장인이 손바느질로 만드는 명품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요. 매 분기별로 가격이 인상된다는 뉴스에도 사람들은 더 열광하며 매장 앞으로 달려가서 줄을 섭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가치 역시 높아지겠죠.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이 곧 예술의 영역까지 침범할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한 콘테스트에서는 인공지능으로 그린 그림이 최고상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작업 한 예술작품의 미래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명품의 카피캣 제품들과 같을 것이라고 전망해 봅니다.
인공지능으로 작업할 수 있는 영역이 커 질수록, 반대로 수제로 만드는 것이 명품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 직접 손때 묻혀서 작업하는 작품들은 인공지능 시대가 지속될수록 더욱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될 거예요. 지금은 흔해 보이는 것이 앞으로는 점점 더 귀한 대접을 받게 될 것입니다.
물론 내일 당장 그런 미래가 오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또 어느 순간 성큼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1년 후가 될지,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직장과 직업이 사라지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2-3년 안에 서둘러 움직이지 않으면 늦을지도 모른다. 호기심이 생기는 일이 있으면 자꾸만 시도해 보라.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일단은 오늘밤 무엇을 먹을지 정해보라. 농담이 아니라 최소한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라는 것이다.” - 호리에 다카후미
불시에 찾아온다는 직장이 없어지는 시대. 그때가 와서 준비하려면 늦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어요. 모두가 뛰기 시작 한 그때는 숨이 턱끝까지 몰아치도록 전속력으로 달려도 따라잡기 힘들 수 있으니까요. 결심한 그 순간부터, 차근차근 나만의 직업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여유롭게 출발하기 위해 신발끈을 정비하고, 준비 운동도 충분히 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저만의 페이스로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갈 수도 있겠죠?
준비,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