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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Aug 18. 2020

그래서 우울증이야? 조울증이야?

열한 번째 이야기

우울증과 조울증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따른 치료법 또한 다르다. 우울증은 항우울과 항불안에 대한 약물치료가 베이스라면 조울증은 기분조절제가 기본 치료 베이스다. 그러나 문제는 조울증 중에서도 나와 같은 2형 양극성장애의 경우 경한 조증과 심한 우울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오진될 가망성이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대학병원에 보호입원을 하기 전까지 이전 병원을 포함해 다른 병원에서 4년 동안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줄곧 받아왔었다. 그래서 처음에 대학병원에서 나에게 조울증이란 진단을 내렸을 때 "너네 뭔 소리야?" 했었다. 우울증보다 무섭다는 그 미친 조울증이란 병명을 대뜸 마주했을 때 기분은 오묘한 것이 마치 풀어헤쳐 나풀대는 사자머리에 누가 봐도 화장기 없는 생얼과 환자복, 그 와중에 병동 환자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겠다고 형광 삼선 슬리퍼를 삑삑 끌고 다니는 내 꼬락서니와도 같았다.


"선생님! 제가 왜 조울증이에요? 저 우울증인데요!"

"보혜님 일하실 때 열정적으로 일하셨죠? 또 화나실 땐 그 기분 주체도 못 하시고요. 기분 좋으실 땐 뭐든 잘하신다고 하셨죠? 그런데 놓고 싶을 땐 모든 게 싫다고 하시고요...(중략)... 자 그래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기분 양상을 보이는 걸 조울증 중에서도 2형 양극성 장애라고 합니다."


내가 우울증이 아닌 조울증이라 받아들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어려운 건 밖에 나가서 조울증임을 밝히는 일이었다. 이건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웬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서는 정신과 치료에 대해 밝힐 일이 있으면 "제가 지금 우울증 치료를 받아서요"라고 얘기하게 된다. 나 역시도 조울증이 우울증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와중에 조울증이라 몇 번 밝혔더니 타인 역시 반응이 어려웠다. 조울증을 모르거나 '아...' 이런 반응! 그래서 더 조울증이라 밝히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우울증으로 치료를 4년 받고 이후 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온지도 4년이다. 이제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시작해서 그런지 아니면 시간의 흐름 속에 나도 강단이 생겨서 그런지 많이 좋아졌다. 그 사이 공황장애와 알콜의존도 없어졌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약은 비상약으로 항상 들고 있다. 잠이야 아직 젊으니 안자도 되고 조울증 약도 내 생각엔 곧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저녁 약은 4알이라 괜찮은데 아침 약은 알약이 8알이라 약장수 기질이 발동되면서 내 맘대로 약을 골라 먹었다. 


"교수님! 저 이약 이약 빼고 먹었어요!"

"왜 그러셨어요?" @_@;

"제가 약 검색해봤는데, 아니 그전에 약이 못생겼어요."

"보혜님! 제일 메인이 되는 약만 쏙쏙 빼고 드셨네요!"

"어머! 제가 실수한 거네요?"

"그럼 예쁜 약으로 바꿔드릴게요. 약 꼬박꼬박 잘 챙겨 드셔야 해요!"


ㅋㅋㅋㅋㅋ약은 약장수가 아닌 약사에게 문의해야지 괜히 공부해서 국가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었다 ㅋㅋ

약은 뚱뚱한 흰 정제가 좀 날씬해진 파랑 캡슐이 되었을 뿐이다. 약도 살 빼고 색입으면 이뻐지남?

그래 봤자 지까지껏 내 눈에 약은 약일뿐 -_-ㅎㅎ




조울증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①1형 양극성 장애

심한 조증과 심한 우울 상태가 번갈아 나타남

②2형 양극성 장애

경조증과 심한 우울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음

③순환 기분장애 

경조증한 경한 우울감이 순환하는 형태로 평소에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이라 오해받기 쉬움

④기타 양극성 장애

조증과 정상기분만 반복되는 단극성 조증과 이에 반대되는 단극성 우울장애가 있음


우울증은 크게 5가지로 구분된다.

①주요 우울증

②신경증적 우울(기분부전 장애)

③멜랑콜리아 

④가면성 우울

⑤산후우울증

우울증은 모든 정신장애 중에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로 기분장애로 분류된다. 기분장애란 어떤 정서상태가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슬픔이나 무력감, 좌절, 자기혐오, 흥미 상실 등과 같은 정서적 측면의 결함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낮은 자아존중감, 무능력감 등과 같은 인지적 측면, 그리고 식욕부진이나 불면증, 정신적 흥분, 피로감, 위장장애, 체중감소 등을 동반하는 신체적 증상까지를 모두 포함, 

우울증은 흔한 심리적 문제이며 때로는 시간과 상황이 변함에 따라 자발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울증은 때때로 의욕상실과 사회적 위축 등으로 인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업무수행이나 대인관계를 소홀하게 함으로써 평생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자살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정신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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