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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Aug 11. 2020

수면제 부작용으로 뚱뚱보가 되다

아홉 번째 이야기

오빠야들 말에 의하면 나는 대학생 때는 날씬했다. OT를 가거나 MT를 가서 커플게임을 하면 나는 남자들에게 안겨있기 바빴다. 그러다 살이 찐 건 결혼 후 임신을 하면서 였다. 2011년 3월 출산 당시 키 160cm에 몸무게 74kg이었다. 무통분만을 신청했지만 늦게 온 간호사 덕분에 생으로 출산의 고통을 고스란히 다 느끼며 지후를 낳았기에 살이 좀 빠졌을 줄 알았는데 출산 후 딱! 지후 몸무게 3kg 날아간 71kg이 내 몸무게였다.


충격에 휩싸인 나는 미역국 건더기만 먹으며 하루에 두 시간씩 운동을 했다. 거기에 맘고생 다이어트로 출산 후 한 달 반 만에 48kg까지 순식간에 빠졌다. 역시나 맘고생 다이어트는 요요가 없다. 지후가 5세 반 어린이집을 다닐 때 까지도 나는 S라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덕에 이놈저놈 연락도 많이 받아서 아직 인기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내가 뚱보가 되기 시작한 건 졸피뎀을 복용하고 나서부터였다. 졸피뎀의 흔한 부작용으로는 약물 의존성에 의한 복용량 증가, 수면장애 악화, 몽유병, 수면 중 섭식장애 등의 문제 발생 등이 있다. 수면제야 2012년부터 스틸녹스를 시작으로 복용해왔지만 53kg만 넘어가면 내가 혹독하게 관리를 했었다. 그런데 2015년에  접어들면서부터 관리가 해이해지면서 먹어도 잘 안 찌던 살이 자고 일어나면 팍팍 찌기 시작했다. 또 그맘때쯤 수면제도 졸피뎀으로 바꿔서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물 의존성에 의한 복용량 증가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섭식장애가 더 문제였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약을 먹고 나면 허기가 진다는 정도였다. 기억은 없는데 자고 일어나면 무언가 가스레인지에 불을 쓴 흔적이라던지, 냉장고에 음식을 꺼내어 먹은 흔적 또는 심할 땐 먹다가 잠이 들었는지 음식물입에 문 채 일어나기도 했다.


자다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턱이 아프다. 입에 물린 김밥 꽁지가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나머지 김밥 친구들도 베개 근처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어젯밤에 있었던 나의 약주정을 낱낱이 고하고 있다. 아침부터 사람 부끄럽게 김밥들이 아침 인사를 건넬 때면 이불 킥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한 결과 85kg까지 살이 쪘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뚱뚱보가 된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여자들의 평생 숙명인 다이어트를 하며 요요와 다이어트를 반복하다 이제야  반열에 들어섰다. 


그래 봤자 똥땡이의 몸을 여전히 유지하며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의 몸매를 소유하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못 알아봐서 스쳐 지나가거나 “왜 이렇게 살이 쪘어?”라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깜짝 놀라 묻는다. 나도 나에게 묻고 싶다. “그러게요. 왜 그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처먹어서 살을 이렇게나 찌웠을까요?” 내가 제일 마르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만 놀라세요!


3년 전, 하루는 지후가 7세 때 어린이집 숙제로 '우리 엄마는 ○○○이다' 빈칸 채우기가 있었는데 여기에 '우리 엄마는 160cm 65kg이다'라고 적어갔다. 크햙햙햙ㅋㅋㅋㅋㅋㅋㅋ완전 맙소사!

선생님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서 보내준걸 뒤늦게 발견하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원래 숙제 같은 거 잘 안 챙겼었는데 이날 이후 지후의 숙제는 내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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