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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Aug 11. 2020

이러다 약장수 되는 거 아니야?

여덟 번째 이야기

안타깝게도 정신과에서는 처방하는 약이나 환자의 병명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주는 병원이나 의사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생존 경쟁 사회에서 우후죽순 정신과가 많이 생겨난 지금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처음 병원을 다녔던 8년 전에는 그랬다. 그렇기에 보통 정신과 약을 먹는 환자들은 의사가 본인에게 먹이는 약이 무슨 약인지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냥 정신과에 대한 보편적인 두려움이 있듯이 약에 대해서도 가져지는 막연한 두려움이랄까.

“이거 도대체 무슨 약이야? 이거 나한테 왜 먹이는 거야? 혹시 먹고 더 이상해지는 거 아니야?”

이런 마음. 나도 그랬다. 처음에 집 근처 병원급 정신과를 다닐 때에도, 병원을 옮겨 개인 의원을 다닐 때에도 의원 내 조제실에서 약을 조제해 주었다. 원내처방이 이루어질 때는 따로 처방전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때는 약을 지어오면 알약 생김새를 보고 약학정보원 인터넷 사이트에서 식별 정보로써 구분 검색하여 약의 정보를 찾았다. 그리고는 내가 치료받고 있는 것에 대한 것들도 유추해나갔다. ‘음.. 나는 지금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알콜의존증 이구나!’ 라는 걸.


정신이 아프기 시작하니 몸도 아프다. 그냥 아팠다. 턱관절도 아프고, 위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어깨도, 허리도, 관절과 근육, 삭신이 다 쑤시고 아팠다. 치과, 신경외과, 내과, 정형외과, 정신과를 돌아다녔다. 한 달 꼬박 일해서 번 돈보다 병원비 지출이 더 많았다. 스트레스만 심하게 받으면 몸이 아파왔는데 병원에 가면 딱히 병명은 없었다. 병원 투어를 끝내고 타 가지고 온 약만 놓고 보니 식후 먹을 알약 개수가 28알이었다. 이걸 다 먹었다간 골로 가지 싶었지만 아파 죽나 약으로 배 터져 죽나 두고 보자는 심산으로 꾸역꾸역 삼켰다. 며칠을 그렇게 먹다 처방전을 다 꺼내 살펴보았다. 미련하게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근이완제와 진통제, 위산억제제 종류들만 처방받아오고 있었다. 약학정보원과 인터넷 사이트 초록창을 통해  좀 더 상세한 약 검색을 시작했다. 충돌되는 약은 다 빼고 정신과 약과 함께 나에게 필요한 약만 선택적으로 골라서 먹을 수 있도록 약통에 내가 다시 조제하여 포장해두었다. 그리고 약상자에 약을 정리해 줄지어 세워두었다. 약통에서 약을 쏙쏙 골라 뽑아 먹을 때면 이러다 약장수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초록창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은데 불이익이 남을까 봐 진료받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우선 먼저 쓴 글에서 말했듯 정신과는 심평원에서 부여하는 등급이 있다는 것! 그러나 등록되지 않은 기관도 많으니 나랑 잘 맞는 병원과 의사를 찾는 게 치료의 첫걸음이 될 거다.  다음 방법은 보통 정신질환 장애 관련 병명 코드는 F코드인데 병원에서 Z코드로써 단순 상담만 우선 받아보는 것이다. Z코드는 2013년도에 도입된 제도로 F코드와 같은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기 위한 한 방편이다. Z71.9보건일반상담으로 단순 상담을 받은 뒤 그다음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또 하나는 비급여로 진료를 받는 방법이다. 이는 보통 다이어트 약을 타 먹을 때 여자들이 많이 쓰는 법인데 공단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금액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부담스럽다면 무료 상담센터를 이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1388

건강가정지원센터 1577-9337

치매안심콜센터 1899-9988

정신건강상담 1577-0199

도박상담헬프라인 1336

여성긴급전화 1366

희망의 전화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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