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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Aug 20. 2020

치료의 끝은 언제일까?

열두 번째 이야기

"정신과 치료라는 게 좀 그래요. 진단서를 떼와도 저희 학원은 좀 힘들겠네요. 정신병은 낫는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걸 증명하기도 어렵잖아요."


나에게는 병원코디네이터 자격증이 있다. 그러나 요즘 돈 5만 원이면 오픈북으로 누구나 쉽게 취득하는 민간 자격증이다 보니 간호조무사 자격증 없이는 병원에서 일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미용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는 병원이 많은 지금, 같은 값이면 젊고 예쁘고 날씬한 직원을 선호하다 보니 34살의 통통한 나는 나이도 몸매도 어중간해서 면접을 보면 뒷 순위로 밀려나기 바빴다. 그래서 차라리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관련 학원에 전화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저것이었다.


-정신보건법-

제69조(권익보호)

1. 누구든지 정신질환자이거나 정신질환자였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 대하여 교육, 고용, 시설 이용의 기회를 제한 또는 박탈하거나 그 밖의 불공평한 대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의료법-
제8조(결격사유 등)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
1.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 다만,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위 두 가지 법만 보아도 의사 소견상 업무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는 소견서 그리고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 제2조 제1호에 따른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의사 진단서만 지참한다면 간호조무사를 취득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간호 학원 등록 문턱에서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피부미용이다. 사람은 태어나 기술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엄마의 권유에 의한 것 이었지만, 이 또한 자격증 따는 것 까진 문제가 없으나 면허증을 소지하려면 소견서와 진단서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 지지부진한 정신과 치료는 대체 얼마나 더 해야 끝이 날까?'하고 말이다. 이건 답이 없는 듯하다. 담당 교수님도, 인터넷 초록창 전문 지식과 절대신도 내가 원하는 답변은 내어놓지 못했다. 그저 현재에 맞춰 약을 잘 챙겨 먹어란 말만 반복할 뿐이다. 예전에는 내 맘대로 약을 끊었었다. 그랬더니 미치고 팔딱 뛰는 경우가 생겨서 이젠 내 맘대로 약을 끊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조울증의 경우 평생 8번의 재발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완치가 어려워 치료를 잘 받아야 하지만 나와 같은 2형 양극성 장애에 속하는 조울증은 경조증과 심한 우울감을 반복하면서 만성 우울증으로 변질 될 가능성이 크기에 또한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


엄마는 약이 사람을 더 망가지게 한다며 약을 먹지 말라고 한다. 내가 약을 골라서 먹거나 띄엄띄엄 먹는 걸 좋아하신다. 어떻게든 약이 내 몸에 덜 들어가는 게 보고 싶으신 모양인가 보다. 남편 역시 그렇다. 아직도 약을 먹어야 하냐며 모든 건 나의 정신력 문제라며 타박 아닌 타박을 준다. 그럴 땐 확 그냥! 살아있다고 오물거리는 저 주둥이를 돌려까버리고 싶다.


나도 이제는 어느 정도 괜찮아진 듯한 상태에 아침에 7~9알, 저녁에 4알 그 외에 비상약까지 이 약을 먹어야 되는 건지 말아야 되는 건지 고민이 될 때도 적잖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약을 먹기로 했다. 다만 예전에는 약에 의지를 많이 했었다. 걸핏하면 약을 찾았었는데 이제는 교수님과 상의해가며 점차 약의 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아직은 약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는 상태라는 걸 알기에 조금씩 띄엄띄엄 먹어나가 보면서 용량도 줄여나가고 모든 건 교수님과 함께 상의한다. 


언제까지 약에 내 몸과 마음을 의지할 수도 없고, 마음의 병은 내 생각과 내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다고 믿기 2012년부터 시작된 나의 정신과 치료도 머지않아 마침표를 찍으리라 믿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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