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질환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그 양상을 살펴보면 입원보다 외래에서, 병원급 이상의 기관보다 의원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한다. 연령별로는 20대가 가파른 증가폭을 보였고, 질환별로는 우울증에 이어 불안장애와 불면증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2017년 기준) 진료 환자 수 177만 명, 입원 환자 수 9만 4천 명, 외래 환자 수 172만 9천 명에 달한다고 하니 아마도 숨은 환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엄청날 것이다.
*우울증/백세희/2018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흔
*산후우울증/전지현/2018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순두부
*우울증/김정원/2019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조현병/이관형/2020
『바울의 가시』 옥탑방 프로덕션
*조울증/이주현/2020
『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한겨레출판사
... 등등등
이젠 서점에서 자신의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기를 엮은 책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나처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 이력에 대해 서스름 없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있어 용기도 필요하거니와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자칫 깊은 오해로 가족도 연을 끊고 살 수 있는 요즘에 모두가 나에게 호의적일 수는 없다. 나도 나를 완전히 모르는 판국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마저도 나를 100%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나 아닌 남에게 말로써, 글로써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아픔을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표현해야 상대방이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느냐 이 말이지. 나 하나, 내 한가족 살아나가기도 벅찬 세상에 구질구질한 남 얘기 듣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람들이 뒤에서 네 얘길 할까 봐'라고. 그런데 보면 꼭 그런 사람들이 뒤에서 내 얘기하고 다니더라. "보혜가 신랑이랑 문제가 좀 있어가지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진정성 있게! 가능한 크게! 유쾌하게! 상대방이 당황스러울 만큼 내 마음병을 떠벌리고 다니기로 했다. 뒷담화가 아닌 앞담화가 될 수 있도록. 걱정이라는 단어로 둔갑한 채 날리는 비수 끝에 남들이 흉볼 수 있으니 쉬쉬하라고?
남들이 흉볼 것이 걱정이었으면 애초에 입 밖으로 정신과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거다. 더군다나 흔한 우울증에 비해 조울을 넘나들어 설명하기 난해한 2형 양극성 장애는 귀찮아서라도 말을 꺼내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음을 얘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숨은 환자들이 많아서다. 알게 모르게 트라우마로 폐쇄공포증과 같은 공포증이나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힘겨워하거나 알콜의존증 수준의 알콜 의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정신과 찾기는 부담스럽다며 나에게 신경안정제나 수면제, 알콜억제제 등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럴 때 나는 상담이나 정신과 외래를 권하며 약은 나눠 먹는 게 아니라고 거절한다.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면 자신의 정신적 아픔을 타인에게 얘기하는 것이 나쁘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자는 적지 않은 용기와 함께 내재되어 있는 불안과 수없이 싸워야만 입 밖으로 아픔을 내뱉을 수 있다. 나는 처음에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고 말했는데도 내 맘이 불안한지 개인적인 얘기만 꺼내면 목소리가 덜덜 떨리면서 양 목소리가 났다. 그나마도 이내 눈물이 차올라서 말을 끝맺지 못할 때가 허다했다. 더 이전에는 말할 의지조차 없었고. 그래서인지 우울감을 표현하는 이들을 만나면 진심으로 마음 열고 들어주고 싶다. 단, 진정성 있게 얘기했을 때. 가끔은 나이롱환자도 있더라.
이렇게 브런치에 나의 수기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내 얼굴빛이 많이 맑아졌다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듣는다. 그리고 구독자님들과 많은 작가님들의 진심어린 응원, 긍정의 에너지를 듬뿍 받아서 그런지 어제는 처음으로 수면제 없이 잠이 들기도 했다!!!!!! (^ ^)(_ _)(^ ^)
이러다 저 정말 너무 좋아지는거 아녜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