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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Feb 07. 2023

1인 워크숍 | 혼자 여행엔 원데이클래스 요가를


일과 육아를 함께 하는 프리랜서 육아맘에게 혼자서 하는 여행이 언제 또 이렇게 주어질 수 있을까. 물론 감사하게도 남편은 "나 또 떠날게!"라고 말하면 분명 아무 말 없이 그러라고 할 사람이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 언제 올지 모를 이 시간을 밀도 높게 보내야만 한다는 강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렇다고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는 것이 밀도 높은 여행을 의미하지 않는다.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일상으로부터의 환기가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므로 여유를 갖고 마음을 보듬어줄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혼자 돌아다니는 여행에 어떤 시간이 내게 그런 여유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난 건 요가. 요가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나의 요가 경험은 꽤 오랜 시간 층층이 쌓여왔다. 체력이 약한 내게 요가는 몸의 순환을 돕는 '그나마 잘 맞는' 운동인 동시에 잡생각을 날려버리는 잠시 동안의 명상이다. 집 앞 요가 학원을 다녀보기도 하고 임신 기간엔 집에서 하루도 빼먹지 않고 홈트로 요가를 했다. 초산에 순산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요가라고 굳게 믿고 있다. 가장 내 몸에 오래 머물렀던 운동 혹은 활동이 바로 요가인 것이었다.

여행지에서 원데이 클래스로 요가를 해본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너무 힐링 그 자체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바쁜 여행의 지친 몸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요가를 한다는 그 자체가 내게 꽤 괜찮은 기분을 가져다줄 것 같았다. 숙소와 일정, 동선을 고려해 여러 요가학원의 수업 시간을 비교하며 고민하다 드디어 적당한 '만 원의 행복'을 찾았다.


설레는 아침엔 일찍 일어났다. 아이를 키우며 3년째 내 기상 시간은 7시에서 8시 사이다. 몸에 밴 습관은 여행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점은 혼자만의 아침을 맞이하며 여유를 갖는 것. 혼자 살면 이런 느낌일까 상상도 해보며.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전 날 저녁에 사 온 비건 식빵 한 조각을 떼어내어 아침 식사를 했다. 두 시간 뒤 요가를 해야 하니 약간은 모자란 듯하게 먹어야 했다. 두 시간 뒤 공복일 수 있을 딱 그 정도의 양이다. 





숙소에서 지하철 타고 10분 거리에 위치한 데이브 요가 스튜디오. 오전 10시 수업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누군가에겐 일상일 장소를 낯선 기분으로 들어섰다. 그게 바로 여행자의 특권이지.




수업 5분 전에 도착했다. 널찍한 공간에 나 빼고 모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색하게 두리번거리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서둘로 옷과 가방을 내려놓았다.




딱 한자리 남아있었는데 그 자리가 바로 저 자리. 식물들로 가득한 유리관 바로 옆이었다. 후다닥 앉아 서둘러 숨 고르기를 했다.




요가복은 짐이 될 것 같아 따로 준비하지 않았지만 매일 입고 다녔던 트레이닝 바지가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호흡과 정적인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점차 반복 동작으로 넘어가 땀을 낸 후 몸을 풀어주며 마무리하는 수업 코스. 너무 심심하지도 버겁지도 않아서 좋았다. 적당히 정신을 비워내기도 하다가 잡생각이 떠오르기도 하다가 어려운 동작에 몸을 바들바들 떨기도 하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흘렀다.




하필 자리가 자리인지라 자꾸 쳐다보게 되는 잎이 큰 식물들. 예약하기 전에도 인상적으로 느꼈었는데 시각적인 효과가 꽤나 큰 공간이었다. 식물이 가득한 모습은 언제든 바라만 봐도 좋다. 그러다 문득 식물들은 저 작은 공간 안에서 안 답답할까 생각하다 대부분 열대식물일 테니 저렇게 따뜻한 공간이 더 나은 걸까 생각하다 환경적으로 뭐가 더 좋은 걸까.. 의식의 흐름에 부스러기 같은 상상들을 맡긴 채 요가는 끝이 났다.

각자 자기의 요가 매트를 정리하는 시간. 여기서 예상치 못하게 물티슈 한 장을 써야만 해서 당황했다. 각자 자기가 쓴 매트를 물티슈로 닦아야 했는데, 손수건을 쓸 수도 없고 위생을 고려한 부분일 테니 어쩔 수 없이 지침을 따랐다. 아쉬운 부분. 이번 여행의 쓰레기를 모두 모아 기록할 예정이었으므로 다 쓴 물티슈는 내 주머니에 쏘옥 넣었다.

 


상쾌한 아침 요가를 마치고 텀블러에 미리 담아온 보리 차를 마셨다. 아침에 티백 없이 보리차 넣고 바로 뜨거운 물을 부어놓은 것인데 냉기가 감도는 아침에 적당히 따뜻해서 좋았다. 카페에 앉아 운동을 마친 상쾌함의 여운을 즐겼다. 


여행은 늘 새로운 먹거리, 볼거리를 최대한 많이 해야 만족했었는데, 이렇게 비워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꽤 괜찮다는 걸 처음으로 경험했다.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거지만,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게 바로 요가가 아닐지. 적어도 내가 갖는 요가의 정의는 그러하다.


































50m





 NAVER Corp.












데이브 요가 스튜디오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로 724-1 5층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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