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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21. 2024

나의 노동파트너에게 보내는 응원

언제 떠올려도 마음이 따뜻해질 시절 

나의 노동 파트너에게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정말로 슬플 때가 있었어요.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고, 상대방 역시 나의 마음을 다 아는 것 같던 인연이 끝나버렸을 때, 터질 것 같은 아쉬움 내지는 슬픔을 눌러야 할 때가 있었지요.

나는 오래 입던 옷 한 벌에 담긴 추억들도 함부로 버리지 못해 몇 년이고 옷장에 걸어두고 추억하거나, 세상 만물의 감정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희로애락을 느끼는 구구절절한 사람이거든요. 그러나 한 때의 인연의 끝이 보일 때마다 나는 또 그들과의 인연을 끊어버리고 나의 삶을 이어가야 했기에 그 인연들을 시절 인연이라 정의하고 눈물을 머금고 아름답게 해석한 뒤 가슴 한편에 묻고 '그래도 좋았다' 애써 위안을 삼았던 것 같아요. 


나는 지금도 길에서 만나면 가장 반가 웁고, 매일 같이 생각과 일상들을 나누고, 자식의 못난 모습과 그런 모습을 마주했을 때 더 못난 나의 모습까지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한 참을 생각해 보았어요. 그리고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주는 서글픔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인연을 설명할 다른 단어를 찾지 못하겠어요. 우리의 인연은 같은 나이의 자식을 품에 두고 키우는 엄마들의 '시절 인연'. 아들친구엄마로 만난 우리는 분명 '시절 인연'이라 불릴 인연이겠지요. 


그렇지만 나는 '나의 노동 파트너' 덕분에 처음 듣고 보는 '시절 인연'을 알게 된 느낌이에요. 정말로 시간이 많이 지나 우리가 명절 또는 연말에나 한두 번 서로의 건강과 안위를 묻는 사이가 되어버려도 나는 이 시간을 떠올리며 많이 웃고, 많이 고마워할 것 같아요. 눈물을 머금거나 끝나버린 인연을 서글퍼하지 않고도 언제고 다시 만나 우리의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달달한 지금의 시절 인연을 오래오래 가슴에 물고 녹여 먹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체면을 차리고, 아이들을 비교질 하지 않아도 즐거운 아들 친구 엄마와 가장 남루한 심신의 상태에서도 서로를 마주할 수 있는 인연이라면 나는 정말로 귀하고 감사해서 더 많은 이해를 바라거나 더 깊은 관계를 욕심내지 않고도 이 시절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맘만으로도 이 순간들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을 열고 나가면 낭떠러지 같은 시절에 빛이 되어준 소중한 인연 (사진출처 : 내가 찍은 신기한 물류현장)


우리의 지난여름, 함께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찾아갔던 여러 물류현장들에서의 경험들이 추억이라고 고민 없이 부를 수 있는 이유도 어쩌면 함께 해주었던 "나의 노동 파트너" 덕분임이 분명해요. 그리고 우리가 보낸 여름을 발판 삼아 새롭게 시작한 도전도 누구보다 응원하고 응원하고 응원해요. 지금의 도전이 불씨가 되어 나의 마음속에 불이 타올라야 살아갈 수 있는 '나의 노동 파트너'의 시간이 곧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마음이 힘들고, 만나본 적 없는 나이와 세월이 당황스러울 땐 우리 또 물류현장으로 떠나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시답잖은 농담들과 깊이 있는 인생의 고민들을 나누며 그렇게 잊지 못할 시절들을 함께 해요. 


힘들었지만 즐겁고 의미로 가득했던 노동현장에서의 시간들처럼 안갯속 같이 혼란스럽고 힘이 드는 우리 중년 삶의 시작이, 시간이 지나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들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함께 삽질하고, 헤매어줄게요. 혹시나 내가 조금 더 헤매거나 먼저 힘이 든 순간이 오면 그런 것들을 깨알같이 적어 들려줄게요. 멈추지 말고 지금처럼 열심히 고민하고 흔들립시다! 


누구보다 이 시기를 잘 헤쳐나갈 '나의 노동 파트너'에게  

그리고 너무나 따뜻하면서도 즐거워 길고 길기를 바라는 '시절 인연'에게 


순도 100% 진심만을 담은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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