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땅에 왜 있는 줄 알아?

by 씀씀


몸풀기로 모두가 뻔하게 알고 계실,

약속이 존재하는 이유에서부터 시작할게요.


약속은 어기라고 있고

라면은 밤에 먹으라고 있고

김치는 없으면 라면을 못 먹으니까 있습니다


쏘맥은 마시는 사람 아닌 주류회사 배 부르라고 있고

회식은 급 친해졌다가 다음날 어색해지라고 있고

한 잔만 더는 그걸 누군가는 외쳐야

그 날이 끝나기에 있고

해장국은 해장술 마시라고 있습니다


사회는 사회교과서로는 이 땅을 다 못 배우니 있고

법은 있어도 개판인데 없으면 끝판 나니까 있습니다


별은 아무것도 없던 옛날 우리 아빠 엄마

연애하기 좋으라고 있고

노화는 지를 계기로라도 철들라고 있고

남녀는 성별이 겨우 두 개 여도 이 난린데

이 이상이면 당최 엄두가 안 나니까 있습니다


알람은 울린 때부터 10분 후에

일어나겠다는 각오의 표시로 있고

*23# 발신자제한표시제한 번호는

헤어진 전 연인 플러팅하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사람 외로워지라고 있고

외로움은 인간지능을 잊지 말라고 있습니다


카드값은

매달 새 생명 얻는 기적을 얻게 하려고 있고

월급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 세상에,

스쳐도 연이 아닌 것이 있음을 알게 하려고 있고

습관은 좋은 거면 자랑, 나쁜 거면 핑계 삼으려 있고

검색엔진은 인간이 모르는 게 많아서가 아니라

아는 게 많아서 있습니다


추억은 그리움이 아니라 후회가 많아서 있고

오늘날 행복은 본인 만족 아닌 타인의 평가에 있고

내집은 은행에 있습니다


인생노잼은 다람쥐 챗바퀴 아닌 내 하루에 있고

주택청약이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고

기브 앤 테이크는 나한테만 있습니다


더치페이는 나 말고 남이 사는 날에만 있고

인간관계는 잘못한 놈이 잘 먹고 잘 살고 있고

인과응보란 그거만 믿고 있습니다


오늘 내게 이 심란함을 준 상대란

저러고도 쟤는 속이 편할까 무슨 인간 소화제인가

그래 그럴만한 게 쟤에겐 젊음이 있습니다


나의 내일 새벽 출근이란 회사에게 의미 있고

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응???????


브런치는 나 이러라고 있고

끝은 이제 내라고 있고

내일은 금요일엔 오고 오늘은 오지 말라고 있고

퇴근은 지옥철로는 하기 싫고

순간이동으로만 하고 싶으라고 있습니다


나의 오늘은 견뎌내라고 있습니다

나란 사람은 그걸 해내고 있습니다

쥐구멍은 볕이 들라고 나 있습니다

쨍하고 해뜰날은 돌아오라고 있습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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