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시를 삼키는 마음'에 이어 어떤 시를 가장 먼저 소개할까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위로가 될 수 있는 시는 어떤 시일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들려주는 시는 없을까?
인생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예고도 없이 몰아칠 때,
시 한 편으로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
과연 그런 시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시는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고, 위로를 하고, 삶의 해답도 조금은 제시해줍니다. 누구도 모를 것 같았던 내 마음을, 이미 시인들은 알고 있지요.
삶의 목적지가 불분명해서, 삶의 방향을 헤매이고 있었을 때, 저에게 위로가 되어줬던 시 한 편이 있었습니다.
그냥 막 살고 싶을 때가 가끔 있지요?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겁니다.
무엇을 위해, 이 험난한 세상을 계속 꾸역꾸역 살아내야 싶을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할 일 없이 거리를 헤매이다가, 이 시를 마주하고는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아주 인자한 미소를 지닌, 멋진 노신사 '함석헌'시인입니다.
함석헌 시인은 시인이기 이전에 독립운동가이자 종교인이었고, 시민사회운동도 하셨다고 합니다.
아! 오산학교의 선생님이기도 하셨지요. 오산학교라 하면, 무려 1907년 평안북도 정주에 세워진 '애국계몽운동'의 시초인 유명한 학교입니다. 이곳을 졸업하신 대표적 문인으로는 염상섭, 김억, 홍명희 등이 계신데, 김억 시인은 김소월 시인의 평생의 은사님이기도 하시니, 얼마나 대단한 시인들이 다녀가신 곳인지 짐작하실 수있을 겁니다.
이렇게 유명하시고, '한국의 간디'라고 일컬어지는 함석헌 시인께서 남기신 시인 줄은 시를 읽을 당시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훌륭한 시를 들여다보면, 시인의 생애가 거꾸로 보이기도 하는 법이라서요.
이 시를 알게 된 건, 시들지 않는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서였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 졸업반으로, 문학을 전공했지만 생업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함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마음이 한 자리에 못 앉아 있고, 늘 가시방석같이 애처로웠던 시절이었지요.
몸서리 치게 외로움이 사무치던 날, 홀로 쓸쓸히 대학로 거리를 배회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큰 비석판에 적힌 시 한 편.
바로 함석헌 시인의 < 그 사람을 가졌는가 >입니다.
그리고 늘 이 시를 다시 읽을 때면
지금 내 곁에는 '그 사람이 있는가'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되내이게 됩니다.
아마 여러분에게도 단 한 사람쯤 있을 거에요.
혹은 두 사람, 세 사람... 어쩌면 열 사람, 백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엄청난 어려움이나 시련이 온다해도
그 사람들 덕분에 살아갈 호랑이 기운을 얻을 수 있고,
하루의 마무리를 행복한 미소로 지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것 아닐까요?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한 얼굴 생각에 알뜰이 유혹이 물리쳐지는 사람.
다 부질 없다고 해도, 그 사람만을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운 일도 거뜬히 해낼 것 같게 용기를 주는 사람.
그 사람이 웃고, 그 사람이 행복해하고, 가만히 '고맙다' 되내어준다면
힘든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100년이라도, 참고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는 사람.
시인은 우리에게 살아갈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우리를 살아가게 할 '단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고요하고 깊은 질문 속에서, 우리에게 살아갈 용기를 줍니다.
시를 읽는 것은 삶과 이토록 밀착해 있습니다.
무엇으로도 치유될 것 같지 않은 고민도, 시를 통해 해결되는 순간이 있더군요.
행복한 시 읽기를 통해 삶의 해법과 위로를 얻어가시는 하루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