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ec 24. 2024
어느 새 스며든 싱글 라이프
( 이 글은 23.11.19 발간한 '혼자만의 시간'을 재구성하였음을 밝힙니다.)
돌싱 생활만 장장 10여년.. 어느 새, 싱글로서의 삶이 내 삶에 완벽히 스며들었음을 깨닫게 된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
하나는 보유한 차를 중고로 판매하면서
내 차를 보러 왔던 커플들을 만났던 경험이다.
쌍쌍이 남녀, 가족 단위로 찾아왔던 몇 커플들께서는 분명 아내를 위한 차량 구매라고 하면서
실제 차량을 점검하거나 질문을 하거나
어떤 의사소통을 하는 등의 중요 절차에 대부분이 남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더라는 것.
주인은 여성인데, 왜 여성들은 침묵하고 대변인으로 남성이 필요한 것일까?
내 경우, 거의 대부분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해왔기에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물론 나도 돌이켜 보면 처음으로 신차를 구매할 때, 내 의사가 아닌 당시 남친의 조언(?)에 따라
모델을 결정했었다. 어찌보면 자동차라는 분야가 남성이 좀더 잘 알고 그들의 판단이 더 옳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 . . 지금 생각해보면 삶을 살아가면서 사소하고 중대한 결정들을
온전히 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해왔는지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할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핸들을 손에 쥐고 방향키를 결정짓는 것이 나 자신이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싶다.
남성이라는 보호자 아래에서 도움을 받는 약자의 입장이 아니라, 어쩐지 그간 내가 많이 강해졌고 단단해졌구나 싶었다.
아마 남자 싱글들께서는 원래부터 가장, 보호자, 책임자 이런 것에 익숙해져서 잘 모르실 수 있지만, 여성이자 집안일을 돌보는 '안 사람', 아녀자는 왠지 모르게 남편의 보살핌?아래 돌봄들 받아야 할 '연약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을 것이다. 하지만 당당한 싱글맘이 되기로 선언한 이후로, 내 삶은 '당당함'을 잃을 수가 없었다.
내가 당당해지지 않으면, 우리 가정도 나약해질 것이 자명하지 않을까?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매사에 '내 인생의 주인도 나, 우리 가정의 책임자도 나' 이런 생각에 버텨왔던 세월이었기에, 인생에서 어떤 거친 파도가 몰아친대도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스스로의 보호자가 된 동시에,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험난한 세상 살이를 홀로 견뎌내려면 때로는
당돌할 만큼 뻔뻔하게도 살아야 한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독보적인 인생' 아니던가.
행동이 거리낌 없이 아주 당당하고 떳떳해야 할 것이다.
누구의 말을 듣거나, 조언대로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때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결국 나만이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싱글'임을 느낀 두 번째 에피소드는
"나만의 시간이 갖고싶다."던 직장 동료 워킹맘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에 잠기게 된 일이었다.
사실로 말하자면, 내 경우 아이가 아빠에게 면접을 간 주말마다, 늘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즐긴다'라고 표현할 만큼 거창한 건 아니지만,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의 모든 역할을 벗어버리고 주말 동안 온전히 '나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맞다.
다음 주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도 갖고, 가고싶은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훌쩍 떠날 수도 있으며
아늑한 동네 카페에서 침묵 속에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도 있다.
극장에서는 오로지 내 취향에 맞는 영화를, 내가 보고 싶은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서 볼 수 있고
쇼핑이나 여행도 내 스타일대로, 내 호흡에 맞춰 시간 조절하며 느긋하게 다녀올 수 있다.
모임이나 취미 생활도 내 선택에 달려있고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허락받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나는 늘 나만의 시간을 내 마음껏 즐기던
완벽한 싱글 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나만의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던 동료의 넋두리에
비로소 싱글로서 얼마나 큰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깨달았다.
사실말이지 경제적 안정만 보장된다면
당당한 싱글 여성으로 살기에 대한민국도 나쁘지 않은 나라같다.
뉴욕이 골드 미스인 싱글 여성 천지라던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기는 마찬가지일테지.
다시 혼자가 된 뒤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싱글로서의 자유', 홀가분함 그런 것이 아닐까?
진정한 싱글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담대함, 그리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통찰력',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가꿔갈 수 있는 '주도성',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가는 데 지치지 않는 '뚝심'
그런 것 아닐까? 사실 결혼이나 연애는 인생에 있어 일부분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