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없는 '노력'은 성과가 아니라 '비용'이다
평가시즌이 다가오면 리더, 소속팀원 모두 골머리를 싸매게 된다. 성과가 만족스럽게 나지 않았다면 그 고민은 더욱 괴로워진다.
리더가 열심히 고민한 방향성이 잘못되었다면? 직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근무한다고 해도 결과가 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리더가 옳은 방향성을 가지고 온 상황에서 직원들이 최선을 다한들 노력의 방향성이 잘못되면 결과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 모든 책임은 리더에게 돌아갈 것이다.
방향성이 잘못된 노력은 조직의 자원을 낭비하는 비용에 불과하며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열심'은 오히려 조직의 전략적 민첩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분기 혹은 반기 단위로 돌아오는 평가의 순간, 우리는 지난 몇 개월간의 노력이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냈는지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깨닫는다. 우리가 달려온 방향이 애초에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리더는 올바른 방향성을 만들고, 소속 팀원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지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리더의 직관이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방향성은 조직이 창출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명확한 정의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고객에게, 시장에게, 사업에게 만들어내야 하는 구체적 결과물이 무엇인지가 선명해야 한다. 그것이 매출 성장인지, 시장 점유율 확대인지, 제품 품질 개선인지, 운영 효율화인지가 분명해야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방향성이 조직 전체에 정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리더가 아무리 옳은 방향을 설정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팀원 개개인의 업무로 번역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각 팀원은 자신의 일이 어떻게 전체 방향성에 기여하는지 이해해야 하며, 자신의 노력이 만들어낼 구체적 성과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과는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방향성은 한 번 설정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변하고, 고객의 니즈는 바뀌며, 경쟁 상황은 유동적이다. 리더는 설정한 방향이 여전히 유효한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분기 평가 때 뒤늦게 잘못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중간 지점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방향 전환에 대한 두려움보다 잘못된 방향으로 끝까지 가는 것이 더 큰 비용이다.
결국 평가시즌의 고민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평가 이전에 방향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명확한 목표 설정, 조직 전체의 정렬, 그리고 지속적인 점검.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비로소 우리는 '열심히'가 '잘함'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속적 점검'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점검한다는 말인가? 방향성이 옳은지 확인하려면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가? 여기서 사내 기업가로서의 리더는 조직의 언어, 즉 숫자로 사고해야 한다.
조직의 언어로 사고하기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숫자로 귀결된다. 리더가 재무제표를 읽고 해석할 수 없다면, 그는 조직의 언어를 모르는 문맹과 같다. 경영자 마인드를 가진 리더는 자신의 조직을 하나의 독립된 사업체로 인식하고, 재무제표, 손익계산서(P&L)의 각 항목을 자신의 의사결정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P&L은 재무팀, 전략팀, 경영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모든 조직의 리더는 자신의 활동이 P&L의 Top-line과 Bottom-Line에 미치는 영향을 정략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팀이 사용하는 예산이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리더는 광고비 집행이 매출원가 성격인지 판관비 성격인지 구분하고, 각 지출이 고객획득비용과 생애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할인 판매를 통해 매출을 늘렸으나, 이익률이 훼손되었다면, 이는 경영자 관점에서 실패한 전략일 수 있다. 리더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차이를 이해하고, 자신이 통제 가능한 변수를 최적화하여 공헌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또한, 인건비와 같은 큰 비용항목의 경우 신규 채용 인력이 창출할 부가가치가 인건비와 제반비용을 상회하는지 ROI관점에서 계산할 수 있어야 하며, 사업규모가 커질 때 함께 증가하는 변동비와 고정비를 구분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매출은 허영이고, 이익은 건전한 정신이며, 현금은 현실이다.
이익이 났으나 부도가 날 수 있다.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리더라면 현금 흐름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
영업 부서장이라면 계약 체결뿐만 아니라 수금까지가 영업의 완성임을 인지해야 한다. 고객의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 회사의 운전 자본이 묶이게 되고 이는 비용 증가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리더라면 재고가 곧 창고에 쌓인 현금임을 이해해야 한다. 과도한 재고는 보관 비용을 발생시키고 유통기한이나 노후화가 되어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적정재고 수준을 유지하여 현금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경영자적 리더십이라고 볼 수 있다.
무형의 활동조차도 화폐가치로 환산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모든 업무 지시는 ROI분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의사결정은 좋은 사내기업가로서 리더와 대척점에 있다.
우리의 실무를 ROI, 맨먼스로 모두 치환하는 것,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행동과 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익으로 전환되는지, 그 과정에 어떤 비용이 들어가는지 사고하는 습관을 위해서 반드시 지속적으로 훈련하여 단련되어야 한다.
가령 팀원에게 100만 원짜리 외부 교육을 보낸다면, 리더는 그 교육을 통해 팀원이 업무 효율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기대해야 한다. 그 직원이 해당 교육을 통해 '월 10시간'의 업무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면
연간 '월 10시간 x 시급 x 12개월'만큼의 가치를 회수할 수 있는 샘이다.
또 다른 예로 사내 뉴스레터, 타운홀 미팅 같은 활동도 ROI로 측정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전략적 우선순위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가 높아져 불필요한 업무 수행 시간이 줄어들거나, 업무 재작업률이 감소한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하여 측정하면, 우리가 타운홀 예산으로 얼마를 책정할지, 진행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판단해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초기 도입비용(CAPEX)과 유지보수비용(OPEX)을 합산한 총 소유비용대비 생산성 향상 효과를 정략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ROI로 환산하기 어려운 비용도 존재한다.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지만 조직의 미래 가치를 갉아먹는 비용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기술부채와 기회비용
A프로젝트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한 B프로젝트의 잠재적 수익을 고려해야만 한다. 리더는 항상 "이 자원을 다른 곳에 썼다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한, 당장의 빠른 개발을 위해 품질을 타협하는 것은 미래에 이자를 쳐서 갚아야 할 빚이다. 리더는 단기적인 속도와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셈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무리 내부 비용을 정교하게 관리해도, 외부 환경을 무시하면 무용지물이다. 우리가 효율을 10% 높이는 동안 경쟁사가 20% 높였다면, 우리는 사실상 뒤처진 것이다. 사내 기업가는 조직 내부만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봐야 한다.
시장역학과 경쟁우위
사업은 달리기 시합과도 같다. 이 시합은 경사면 위로 수례를 밀어서 수례와 함께 통과해야 하는 게임인 것이다. 사업은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뒤쳐지고 망하는 방향으로 향한다. 내 모든 힘과 통찰을 다해 수례를 결승선 쪽으로 밀어야만 보합 상태라도 유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보합만 하고 있으면 내 순위는 계속 뒤로 밀려난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수례를 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회사에 외부환경에 대한 비즈니스 이해가 없다면 우리의 미래는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우리 회사가 속한 산업의 가치사슬 내에서 우리 팀이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금리, 환율, 인플레이션과 같은 거시 지표가 우리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지 예측해야 한다. 거시경제지표에 대비하지 않았다가 필요한 물품을 제떄 수입하지 못한다면, 일은 두배로 하고 매출원가가 늘어나서 결국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경쟁사는 어떻게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들의 인력구조는 어떠한지, 그에 비해 우리 조직의 비효율은 어떤 부분이 있는지 끊임없이 탐색해야 한다.
우리의 동료, 타 부서도 고객이다. 이런 내부의 고객과 외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