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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의 설계 : 유능한 리더는 이렇게 지시한다

전략적 정렬과 맥락의 공유 그리고 거절의 기술

by 생존일기

앞서 우리는 리더가 어떤 방식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판단이 섰다면 이제 지시해야 한다.

지시에 있어서 개인적 친분이나 과거의 관습에 의존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시는 반드시 회사의 사업 계획과 전략적 방향성에 근거해야 한다. 이를 '전략적 정렬'이라고 한다.


회사의 최상위 목표는 하위 조직으로 내려오면서 구체적인 실행 과제로 변환되어야 한다. 리더는 이 변환 과정을 책임지는 핵심 연결고리이다.

따라서 팀원 개개인의 목표는 상위 조직의 목표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사 목표가 '영업이익 20% 개선'이라면, 인사팀 리더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영업 부서처럼 매출을 낼 수는 없지만, '고성과자 유지율 향상을 통한 채용 비용 절감'이나 '인당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설정할 수 있도록 팀원에게 지싷야 한다. 이처럼 각 부서장은 소속부서의 역할에 맞는 방식으로 전사 이익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팀원에게 정렬된 지시를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OKR과 같은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성적 '목표(Objective)'를 설정하고, 그 달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핵심결과(Key Results)'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리더는 지시를 내릴 때 이 Key Results를 명확히 합의하여, 팀원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달성해야 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게 해야 한다. 목표에 대한 합의가 끝났다면, 이제 리더는 팀원이 그 목표를 흔들림 없이 완주할 수 있도록 다음 두 가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Why를 설명하라

단순히 "이 일을 하라"라고 지시하는 것은 팀원의 시간만 빌리는 것이다. 하지만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을 설명하면 팀원의 판단력과 같은 추가 요소를 더 빌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비용을 줄이세요"라는 지시와 "우리 회사의 올해 전략은 수익성 중심의 내실 다지기입니다. ㅇㅇ부분의 10%이상의 원가 절감이 필요합니다. 브랜드의 횡적 확장을 통해서 추가 매출 ㅇㅇ억원을 확보해야 합니다.결과적으로 전사 ㅇㅇ억원의 영업이익 확보가 목표입니다."라는 설명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리더가 맥락(Why)을 명확히 공유했을 때는 이전과 다른 3가지를 경험할 수 있다.

첫째. 수동적 수행이 아닌 주도적 몰입을 이끈다.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의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할 때, 구성원은 단순한 '수행자'가 아니라 '기여자'가 된다.. "시키니까 한다"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몰입하게 된다.

둘째.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대체하는 판단 기준이 된다.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지시한 방법이 막혔을 때, Why를 모르는 직원은 다시 리더에게 와서 묻거나 멈춰 선다. 하지만 목표의 배경(Why)을 아는 직원은 "비용 효율화가 목적이니, A안이 안 되면 B안으로 제시해보자"라며 스스로 대안을 찾아 움직인다. 이는 리더의 세세한 간섭 없이도 조직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한다.

셋째,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는 창의성이 발현된다. Why를 공유하면 팀원은 리더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더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역으로 제안할 수 있다. 이는 실행의 속도뿐만 아니라 결과의 질을 높인다.


결국 Why를 설명하는 것은 조직 전체의 지적 자본을 활용하여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리더의 가장 효율적인 투자이다.



전략적 거절과 우선순위의 설정 :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모든 것에 "Yes"를 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상위 의사결정권자나 타 부서 리더로부터 갑작스러운 업무 요청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때 기억해야 할 점은, 외부의 요청자는 우리 팀의 현재 리소스 상황을 나만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예산, 인력은 유한하다. 따라서 리더는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때로는 '전략적 거절'을 실행해야 한다. 전략의 본질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있다.예를 들어, 전사 목표가 '표준화된 SaaS 플랫폼 전환'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때 영업팀에서 "이 대형 고객사의 요구사항 딱 하나만 커스터마이징 해주면, 당장 수억 원의 계약을 따낼 수 있다"라며 긴급 요청을 해온다. 리더 입장에서는 당장의 매출 실적이 아쉽기에 거절하기가 매우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를 수락하여 개발팀이 '맞춤형 수정'에 매몰되기 시작하면, 정작 전사 운명이 걸린 '플랫폼 표준화' 일정은 무기한 지연되고 우리 회사는 영원히 용역 개발사로 남게 된다.

따라서 가용 인력을 초과하는 업무,ROI가 낮은 프로젝트, 전략적 방향과 불일치하는 요청을 받는다면 과감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단, 감정적인 거절이 아니라 조직의 공용어인 '재무적 관점'과 '데이터'를 근거로 해석하여 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거절은 곧 집중을 의미한다. 우리는 매일 '긴급한 일'의 홍수 속에 살지만, 리더라면 팀의 리소스를 '긴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시켜야 한다. 만약 '긴급한 일'을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의 시간과 리소스로 빠르게 종결짓고 팀의 에너지를 본질적인 목표로 돌려야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리더가 방해물을 제거하고 팀원에게 몰입할 시간을 벌어준 만큼, 그 산출물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점이다. 몰입의 기회는 주어졌으니, 이제는 온정주의를 걷어내고 숫자로 증명된 결과를 마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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