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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현재- 장례식장

할머니의 편지

by 정이안

요시코 할머니의 장례식장 한편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스즈와 하나.


스즈: "………너의 곁에 있을게. 세이시로."

하나: "………이게 뭐야?"

스즈: "진짜, 사랑의 편지잖아………"

하나: "그래서 내가 그만두라고 했잖아."

스즈: "뭐야! 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해도 소용없잖아! 언니도 읽어보고 싶었잖아!"

하나: "아아, 정말,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스즈: "마지막 순간에………우리는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거 같아."

하나: "굳이 알지 않아도 됐던 비밀을."

스즈: "즉, 할머니와 이발소의 대머리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지?"

하나: "음, 이 내용대로라면 그런 거 같아."

스즈: "사랑이 흘러넘친다! 굉장히 깊은 사랑이었겠지?!"

하나: "스즈, 너 좀 재밌어하는 거 아니야?"

스즈: "응?………아니, 재미있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그게, funny가 아니라, interesting의 의미로 말한 거야, 그런 거지. 공부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말이야."

하나: "방금 전에 말한 것과 지금 말한 게…"

스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하나: "뭐가?"

스즈: "할머니와 대머리 할아버지 사이에."

하나: "뭐가?"

스즈: "둘은 함께 할 수 없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가까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리워했어.

할머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머리 할아버지는 그랬어."

하나: "그렇네…"

스즈: "………우리는 그걸 알게 된 거야."

하나: "근데 왜 갑자기?"

스즈: "사람들이 숨기던 대머리 할아버지의 마음을, 할머니보다 먼저 알게 된 거야."

하나: "말해 두지만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나는 그만두라고 했잖아!"

스즈: "언니, 이제 와서 나만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수 없어. 우리는 같은 비밀을 가진 운명 공동체잖아!"

하나: "아! 알았어! 알았다고!"

스즈: "어떻게 할까?"

하나: "뭐가?"

스즈: "우리, 뭔가 해야 하지 않아?"

하나: "뭘?"

스즈: "그게 뭔지 모르니까 언니에게 물어보고 있는 거잖아!"

하나: "이런 시점에 왜 갑자기 나한테 물어!"

스즈: "뭘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뭘까? 뭐가 정리되지 않은 것 같아. 뭔가 좀 찝찝해."

하나: "찝찝하다고?"

스즈: "언니도 찝찝하지 않아?"

하나: "찝찝하다면…"

스즈: "그렇지!"

하나: "할머니는………어떻게 생각했을까? 세이시로 할어버지를."

스즈: "뭐?"

하나: "예전에 좋아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 과거를 전혀 느끼지 못했잖아? 둘 다.

지금에서야 세이시로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게됐어. 그런데 할머니는? 할머니는 어땠을까?

우리 할아버지와 결혼한 후에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세이시로 할아버지를 그리워했을까?"

스즈: "………언니!"

하나: "뭐?"

스즈: "역시! 수석 입학! 똑똑하네!"

하나: "그건 입학생이 적었기 때문에 그런 거야…"

스즈: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하나: "응?"

스즈: "언니 말대로 정말 그 말이 맞아… 할머니의 마음. 이걸 밝혀야 해."

하나: "그런데 스즈, 어떻게 밝혀?"

스즈: "어? 그건..., 대머리 할아버지에게 전할 거야."

하나: "응."

스즈: "한쪽 마음만은 아니라고 전하고 싶어."

하나: "하지만, 한쪽 마음일 가능성도 완전히 없진 않잖아?"

스즈: "응?"

하나: "그게 스즈의 약점이야. 답이 나오기 전에 혼자서 결정을 내려버려. 한쪽 마음이든 양쪽 마음이든,

세이시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믿고 있어. 그 마음을 흔들 수 있을지도 몰라."

스즈: "그때는………그때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대머리 할아버지의 마음도 할머니의 마음도, 내가 무덤까지 간직할 거야."

하나: "흠…"

스즈: "하지만 말이야, 언니."

하나: "뭐?"

스즈: "내가 생각하기엔, 할머니도 분명 대머리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진짜 이건 내 직감에 불과하지만… 그걸 확인하고, 대머리 할아버지에게 그걸 전해주고 싶어. 결국은 그래야 안심할 수 있잖아."

하나: "그렇구나.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으니까… 믿을 수밖에 없잖아."

스즈: "대머리 할아버지를 안심시켜서 보내줘야지!"

하나: "그래, 그런데 대머리 할아버지, 아니 세이시로 할아버지는 아직 죽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스즈: "그건, 뭐, 곧 다가올 거야."

하나: "그만해, 그런 불길한 말 하지 마!"


하나 (생각): "이렇게 해서, 할머니의 비밀을 추적하는 조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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