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편지
저녁이 다가오던 어느 날. 집 앞 도로에 면한 꽃밭을 가꾸고 있는 하나.
산책 중인 다나카 할머니께서 하나를 보고 인사를 건넨다.
다나카: "하나양, 안녕."
하나: "아, 다나카 할머니, 안녕하세요."
다나카: "꽃밭 가꾸는 중?"
하나: "네, 그렇습니다."
다나카: "너희 할머니가 참 좋아하셨지."
하나: "그랬죠."
다나카: "나도 여기 지나갈 때마다 꽃밭을 보고 힐링했었어."
하나: "그랬어요?"
다나카: "응.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예쁘게 피고… 꽃이 피기 전엔, 그 꽃봉오리를 보면서 내일일까, 내일일까 하며 기다리곤 했어."
하나: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할머니도 기뻐하실 거예요."
다나카: "혹시, 하나양의 이름은 할머니가 지어주신 거야?"
하나: "네, 맞아요. 스즈의 이름도 그렇고요."
다나카: "그렇구나. 하나 (花) 양은 꽃을 뜻하지? 그럼 스즈양은?"
하나: “은방울꽃 (鈴蘭)의 계절에 태어났거든요."
다나카: "아, 그렇구나. 우리 할머니가 말했었어. 스즈양이 네 할머니의 젊었을 때 모습과 정말 똑같다고."
하나: "정말요? 그런가요?"
다나카: "응. 그리고 하나양은 할아버지랑 닮았다고."
하나: "정말요? 할아버지 사진을 봐도 그렇게 닮았다고는 생각 안 했는데."
다나카: "웃을 때 눈이 참 닮았대."
하나: "아, 그렇구나… 할아버지는 사진으로만 봤는데, 항상 화가 난 표정이에요. 웃는 사진은 한 장도 없어요."
다나카: "그렇구나. 그나저나, 하나양 할아버지 이름은… '세이시로' 였던가?"
하나: "…네?"
다나카: "우리 할머니가 하나양이 어렸을 때, 세이시로, 세이시로 했었는데, 처음엔 누군지 몰랐거든."
하나: "…하하."
다나카: "할아버지라고 하면 금방 알았을 텐데. 할머니도 이제 많이 기억이 흐릿해졌어. 같은 말만 반복하시고."
하나: "그렇군요."
다나카: "어, 벌써 어두워졌네. 내가 너무 얘기했지? 이제 가서 저녁 준비해야 해. 미안해,
이렇게 대화에 끼게 해서."
하나: "괜찮아요."
다나카: "그럼, 꽃밭 잘 부탁할게~"
하나: "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다나카 할머니의 뒷모습이 멀어져 간다.
하나: "내가 세이시로 할아버지랑… 닮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