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음악은 감성이 아니라 철저한 비즈니스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이 단순히 감동을 주는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음악 산업은 돈과 마케팅이 움직이는 거대한 시장이다. 단순히 노래가 좋다고 해서 히트하는 것이 아니며,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동으로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노래 한 곡이 사람들에게 닿기까지는 수많은 단계가 필요하며, 기획, 투자, 홍보, 유통, 네트워크, 브랜드 가치 등 모든 요소가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떤 신인이 정말 감동적인 노래를 만들어냈다고 가정해보자.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가 훌륭하고, 본인도 훌륭한 보컬을 갖추고 있다고 치자. 이 노래가 히트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노래니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 듣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 그 노래를 알릴 방법이 있는가?
▶ 이미 시장에는 하루에 2만곡의 신곡이 쏟아진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 이 노래를 들어줄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노출시킬 것인지 계획이 있는가?
▶ 곡을 홍보할 마케팅 예산이 있는가?
음악 시장은 단순한 예술의 장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업 시장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장성이 고려되고, 투자자들은 철저하게 수익성을 분석한 뒤 곡을 선정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작곡가, 작사가, 편곡가, 프로듀서, 엔지니어, A&R 담당자, 마케팅 팀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결국 음악은 감성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감성만으로는 팔리지 않는다.
나는 20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작곡가들이 곡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편곡비도 있었고, 한 곡이 유명 가수의 앨범에 실리기만 해도 꽤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스트리밍이 보편화되면서 음반 판매량은 급격히 줄었고, 저작권료 수익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때 ‘한 곡만 터지면 인생 역전’이 가능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환상을 가질 수 없는 시대다.
그렇다고 음악을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면, 더 철저하게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감성과 예술성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감각과 전략적인 접근이 필수다.
나는 이 책에서 음악 산업의 현실을 아무런 가감 없이 이야기하려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음악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음악을 하면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만약 음악을 진지하게 업으로 삼고 싶다면, 그리고 단순한 감성이 아니라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자. 그게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