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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A.I 가 아직은 의미 없는 이유

음악 산업의 진짜 모습

by 정이안

최근 몇 년 사이, AI(인공지능) 작곡 기술이 발전하면서 "AI가 10분 만에 한 곡을 뚝딱 만든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2022년 9월 3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실렸다.


"어떤 장르 원하세요?"… AI 작곡가, 10분 만에 한 곡 뚝딱
AI가 작사, 작곡, 그리고 노래까지 담당한다.
장르와 분위기만 선택하면 10분 만에 새로운 곡을 만들어낸다."


이쯤 되면 "와! 이제 AI가 작곡가를 대체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AI가 만든 곡이 유튜브 배경음악(BGM)이나 게임 음악 등에 활용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대중가요에서도 AI가 작곡가를 대체할 수 있을까?

현실은 다르다. AI가 음악을 만들 수는 있지만, '노래가 팔린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대중가요 시장에서 곡이 선택되고 소비되는 과정을 이해하면, AI가 아직 의미 없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1. 노래가 팔린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노래만 좋으면 당연히 팔리는 거 아니야?"
"멜로디가 예쁘고 감동적이면, 투자자나 가수들이 바로 사겠지?"

절. 대. 로. 아니다!

대중가요 시장에서 "노래가 팔린다"는 것은 단순한 운이나 우연이 아니다. 좋은 노래 하나 만든다고 해서

투자자나 가수가 "와, 이거 대박이다! 당장 계약하자!"라고 하는 일은 없다.


대중가요 시장에서는 작곡가 → 퍼블리셔(에이전시) → 기획사 A&R → 제작자 → 투자자 이런 식으로 하청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즉, AI가 아무리 '좋은' 노래를 만들어도, 이 긴 프로세스를 거쳐야만 시장에서 채택될 수 있다.


* 실제 대중가요가 채택되는 과정

1️⃣ 투자자 및 제작자: 어떤 컨셉의 음악이 필요한지 결정
2️⃣ 기획사(연예 매니지먼트): 자사 가수에게 어울리는 곡을 찾음
3️⃣ 퍼블리셔(작곡가 에이전시): 소속 작곡가들에게 곡을 의뢰
4️⃣ 작곡가들: 퍼블리셔의 요구사항에 맞는 곡을 제작
5️⃣ 퍼블리셔: 수천 개의 곡을 먼저 선별
6️⃣ 기획사 A&R: 퍼블리셔에서 받은 곡 중 다시 필터링
7️⃣ 기획사 내 결정권자(과장, 부장, 대표 등): 최종적으로 몇 개의 곡을 선택


이 과정을 거친 후에도 녹음 후 테스트 마켓 반응을 보고 추가적인 수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곡이 이 필터링을 통과할 수 있을까?
AI가 만든 곡을 바로 가져다 녹음해서 출시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 대중가요 시장에서 '데모곡'의 기준은 따로 있다

AI가 만든 곡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퍼블리셔와 기획사, 그리고 투자자가 원하는 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 퍼블리셔(작곡가 에이전시)에서 요구하는 데모곡 수준
✅ 가이드 보컬 트랙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 편곡이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 믹싱, 마스터링이 완료된 상태여야 한다.
✅ 악기 세션까지 전부 녹음된 상태여야 한다.


즉, "지금 당장, 가이드 보컬 트랙만 본인이 투자. 제작한 가수의

목소리로 녹음만 하면 바로 발매가 가능한 수준" 이게 업계가 요구하는 데모곡 기준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AI 기술로는 AI 로 만든 곡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AI의 초안을 바탕으로 업계 표준에 맞추기 위해서 결국 사람이 추가 작업을 해야만 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시간과 정성을 생각한다면

작곡가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대로 처음부터 본인이 만드는 것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높다.


AI가 만든 곡이 지금 당장 기획사의 보컬이 노래만 입히면 발매할 수 있는 상태인가?
그렇지 않다.

이게 대중가요 시장에서 AI가 의미 없는 이유다.

대중가요는 단순히 "노래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채택되지 않는다.
▶ 가수의 컨셉에 맞아야 하고,
▶ 기획사와 투자자의 입맛에 맞아야 하며,
▶ 타 작곡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AI가 만든 곡은 이 모든 단계를 통과할 수 있는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3. AI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AI가 대중가요 시장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다음과 같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

✅ 투자자와 제작자의 시시각각 변하는 요구사항들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 한 번의 클릭만으로 '완성형 데모곡'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 기획사가 요구하는 수정 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즉, AI가 '즉석에서 기획사의 피드백을 반영해 곡을 수정하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AI 작곡 기술은 투자자의 기획 의도나 수정사항들을 반영할 수 없고, 실제 인간이 연주하고 노래한 트랙에 비해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AI 냄새가 난다고 해야될까?)

그래서 AI 작곡이 대중가요 시장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4. 현실적인 결론

AI 작곡이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작곡가는 필요 없어지는 거 아냐?" 라고 묻는다.

정답은 "그렇지 않다."

✅ AI는 단순한 배경음악(BGM) 제작에는 유용할 수 있다.
✅ 하지만 새로운 유행을 선도할 노래를 전달해야하는 대중가요 시장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없다.

(회사 측은 기존에 있던 혹은 예전에 유행하던 노래를 원하지 않는다. 언제나 새로우면서 좋은 것을 원한다!!! 노래 생성 AI 가 추론 엔진을 달고 앞으로 3개월 뒤에 무엇이 유행할지 추측해서 각 트랙별로 수정사항 적용이 될때까지는 묘연하다.)
✅ 투자자와 제작자가 원하는 기준을 맞추려면 여전히 인간 작곡가가 필요하다.

(곡이 한번 픽스 되고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수와의 보컬 녹음과 각 악기 세션 녹음 그리고 믹싱 단계까지 수정사항이 끝도 없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내 생각에는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를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즉, AI를 잘 활용하는 작곡가가 살아남는 시대가 올 것이다.

"AI가 음악을 만든다고 해도, 음악을 '듣고 판단하고 팔고 성공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없다.

앞으로는 AI를 어떻게 지혜롭게 활용할지에 대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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