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룽지조아 Sep 21. 2023

6. 성실히 노력

제2장 나에 대하여

내맡김, 순응, 수용 등의 단어를 많이 듣다 보니 ‘까짓것 될 대로 돼 버려라.’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결과는 될 대로 된다. 반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말속에 포기라는 뜻이 들어있어 맞다고 볼 수 없다. 집에 불이 났다. “될 대로 돼 버려.”라고 말하면서 누워있는 것보다 불을 끄거나 도망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어디에 성심껏 노력해야 하나?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것, 내가 통제 가능한 대상에 성심껏 노력한다. 남만 좋으면 내가 견디지 못하고, 나만 좋으면 다 떠나 남는 사람이 없다. 남과의 관계가 나빠지고 환경의 흐름과 맞지 않아 성과도 안 나온다. 내가 통제 가능한 것에 성심껏 노력한다. 아들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매일 새벽에 기도했다. 공부하는 사람은 아들이고, 다른 학생이 공부 못해야 아들 성적이 잘 나온다. 또한, 아들이 공부한 곳에서 출제되는 운도 따라 주어야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해 달라는 억지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잘 안 나왔다고 불평한다. 불평에 주제넘은 부분이 있다. 노력했다고 원하는 결과가 꼭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력은 환경을 거쳐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의지와 힘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결과를 온전히 통제할 수 없다. 통제 불가능 환경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통제나 조작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발생한 환경 변화를 파악하고, 그 환경에 신속히 응할 수밖에 없다.


결과에 집착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힘이 들어가고 부담감만 쌓인다. 오히려 작은 일이라도 성심껏 노력하는 게 그 일을 즐기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성실한 노력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고 결과는 '완전히 수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민만 하고 아예 안 하면 성공확률은 ‘0’이다. 하면 실패할 수 있다. 실패는 늘 곁에 있다. 무서운 것은 실패가 아니다. 실패했다고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지 않는 게 무섭다.


길게 노력하는 것을 성실히 노력한다고 한다. 단기전에 집중(또는 힘), 장기전에 성실이 강력한 무기다. 성실함은 처마 끝에 매달린 물방울 같다. 한 방울 한 방울 똑똑 떨어져 약한 충격으로 바닥에 깔린 바위를 뚫듯이 길고 가늘게 정성을 다해 결국 큰일을 해내는 느낌이다.


얼마나 길게 노력해야 하나? 보통 성공하려면 그 분야에 10,000시간 이상 정성을 다한다고 한다. 10,000시간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시간씩 약 3년간 투자해야 하는 기간이다. 성공하기 위해 최소 3년, 전문가가 되려면 한 10년쯤 노력해야 한다. 습관을 바꾸는데 3개월, 바뀐 습관이 몸에 배어드는데 최소 3년간 성실히 노력해야 한다.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긴 기간 정성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때가 맞을 확률이 올라간다. 또한, 긴 기간 포기하지 않았다면 즐기고 있고, 습관이 바뀌었다는 말과 같다. 성실함을 누군가는 놀리기도 한다. "머리는 그저 그런데 성실해서 손발이 고생한다." 보통 불성실한 사람이 부러워서 하는 말이다. 성실이 중요한 능력 중에 하나다. 신경 쓸 필요 없다. 성실함의 중요성을 누구나 다 아나 긴 기간 지치지 않고 즐겁게 행하기는 어렵다.


성실에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즐겁게, 한 걸음씩, 오래 한다.’ 즐겁게 해야 중단하지 않는다. 한 걸음씩 전진해야 무리하지 않아 지치지 않는다. 오래 해야 한 바퀴 이상 돌 수 있어 그 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성실함의 대명사는 중국의 북산에 살았던 90세 노인 우공이다. 열자 탕문편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남들 보기에 너무 큰일이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어리석어 보일 정도지만, 우직하게 노력하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우공 2개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살아 교통이 불편했. 산을 깎아 길을 내려고 했다. 마을 사람 지수가 우공에게 말했다. 풀 한 포기 뽑는 것도 힘들 텐데 어떻게 산을 옮기겠다고 하시오?” 우공이 대답했다. “내가 죽으면 자자손손 산을 옮기면 되지 않겠소?” 마을 사람들은 비웃었다. 하지만 우공, 세 아들, 손자와 이웃집 아이는 우직하게 산을 파서 옮겼다. 옥황상제는 두 산을 지키는 산신령에게  사실을 보고받았다. 역신(力神)인 두 아들에게 산을 동쪽 끝과 남쪽 끝으로 옮기라고 명했다. 


성실히 노력했다면 실패란 없다. 대개 노력하고 운이 맞을 때까지 기다리면 결실을 맺는다. 당장의 결과로 판단하면 실패한 것처럼 보이나 삶의 긴 과정으로 보면 실패가 아니다. 그때 했던 노력으로 곧바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다음번이나 다른 일에 도움이 된다. 결과에 기대지 않고 성실히 노력할 만하다.


성실한 노력은 그 길의 방향이 맞다고 생각될 때 취하는 자세다. 만약 환경이 바뀌어 방향이 맞지 않은 경우 바로 중단하고 딴 길 알아본다. 방향이 틀렸는데 성실히 노력하면 목표 지점과 더 멀어진다.

이전 20화 5. 노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