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TC 2주차 - 정화법과 성실함 중독

책임감이라는 감기

by 헤더

“결석이란 있을 수 없어. 성실함이 무기인 나에게.”


하노이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었다.

비행기에서부터 몸이 으슬으슬했다. 하노이는 참 이상한 도시다.

늘 마음은 충만해지는데, 몸은 늘 앓는다.

매연 때문일까, 에어컨 때문일까.

어쨌든, 3일 밤만 자고 돌아오는 여정 속에 내 몸은 분명히 무너지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는 무겁고 목이 칼칼했다.

‘이걸…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TTC 수업은 매주 금요일 한 번뿐이다.

무리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다른 기수에 보충하면 되지’라는 선택지가 나에겐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결석은 무기력한 사람들의 선택, 그렇게 믿으며 살아온 내가 있으니까.


나는 양쪽 귀에 가장 강력하다는 K94 마스크를 걸고, 집을 나섰다.


오늘의 실습, 잘라네티


오늘 수업은 ‘잘라네티 정화법’으로 시작되었다.

한쪽 코에 물을 흘려 반대쪽으로 빼내는 코 세정법.

기관지를 깨끗이 씻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기침이 나오기 시작한 내게는 어쩌면 꼭 필요한 수련처럼 느껴졌다.

‘그래, 오길 잘했다.’


그렇게 위안하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고개를 45도로 기울이시고, 입은 꼭 벌려주세요.”


주전자를 코에 댔다.

물은 중간 어딘가를 통과해 반대편 코로 졸졸 흘러나왔고,

내 뺨과 턱을 따라 대야로 줄줄 흘러내렸다.

다른 사람들은 깔끔한 한 줄기였는데,

나는 세수하듯 여러 갈래로 줄줄줄.


민망한 와중에도 농담처럼 말했다.


“우리… 한 뼘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하하.”


예전의 나였다면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냥 웃는다. 이게 더 나은 모습이니까.


정말로 목도 편해진 것 같았다. 기침도 덜 나고.

‘다행이다, 정말 오길 잘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몸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오후 수련에서 복부를 납작하게 만들고 횡격막을 끌어올리는 우디야나 반다를 실습할 때,

내 몸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복부를 납작하게 만들어 정수리 쪽으로 끌어올리는 이 호흡법은 난생 처음 해보는 방식이었다.

‘정말 내 몸 어딘가에 횡격막이라는 게 있었구나’ 하는 신기함도 잠시.

점점… 열이 오르고 힘이 빠져나갔다.


나는 분명 집에서 나올 때는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수련을 계속하며 기운을 쥐어짜는 사이,

그게 아픔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점심시간에도 도반들의 대화에 참여할 힘이 없었다.

말없이 밥만 뜨다 자리에 돌아와 몸을 뉘였고,

그 상태로 어떻게든 TTC를 끝까지 마쳤다.



하루를 끝내고 나서야 인지된 감기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다.

남편과 가기로 했던 원데이 클래스도 취소하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밤에 깼을 때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오한, 근육통, 화끈거리는 목, 미열.

감기였다.

그보다도…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감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또다시, ‘참는 사람’이 되었을까


나는 어릴 적부터 아파도 학교를 빠지지 않았다.

심한 천식에도 왕따에도 개근상을 받았다.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 피해주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성실함이,

어른이 된 나를 아프게 했다.


나는 감정이나 몸 상태를 느끼고, 그 순간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언제나 먼저 참는 쪽을 선택해왔다.

참고, 견디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게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성실함은 때로 나를 폭발 직전의 상태로 몰아갔다.

화를 내거나, 혹은 차갑게 단절하는 방식으로.


그건 결국 내가 나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모르는 채

살아왔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


아프다는 말을 하기보다,

피곤하다는 신호를 듣기보다,

늘 ‘이 정도쯤은 견딜 수 있어’라고 혼잣말을 하며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그렇게 몸에 밴 ‘성실함’이라는 습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며,

내 몸과 마음을 서서히 갉아먹었다.


때로는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감기로,

때로는 깊은 우울로.

견디다 견디다 무너지는 식으로.


참는 법은 잘 아는데,

멈추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

나는 오늘도 또다시, ‘참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오늘, 코를 씻은 게 아니다.

내 안에 쌓인 ‘나도 모르게 나를 아프게 한 습관들’을 마주했던 시간이었다.


가장 힘든 건 몸이 아니라,

쉬어야 한다는 걸 알아도

‘쉬어도 된다’고 허락하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이제는 쉬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

스스로를 쉬지 못하게 하는 내 마음이었다.

.

.

.

나는 그 후 4일 정도,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잠만 자야 했다. 요가도 가지 않고.




이번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몸의 언어’를 더 듣고 싶다면?

다음 화에서는, 요가 수업에서 내 몸을 들여다본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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