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cm, 파당구쉬타다누라아사나

요가란 응원하지 않고 응원하기

by 헤더

“자, 여기까지 와보세요. 할 수 있어요.”


파당구쉬타다누라아사나.

배를 깔고 엎드린 채, 팔을 만세하듯 등 뒤로 뻗어 발끝을 잡는 자세다.

문제는 내 팔이 도무지 발에 닿질 않았다는 것. 허리가 뒤로 꺾이며 통증이 올라왔다.

‘이러다 허리가 부러지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는 평소 수업 중엔 포커페이스다. 감정이 요동쳐도, 얼굴은 담담하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될 듯 안 될 듯, 허리와 어깨가 점점 열려 가는데 발끝까지의 5cm가 멀기만 했다.

그 5cm가, 매번 나를 주저하게 했다.


혼자 버티는 동안


도반들은 이미 동작을 마치고 아기자세로 쉬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발끝을 향해 몸부림쳤다.

‘할 수 있을까? 무리하다 다치면 어떡하지?’

몸보다 마음이 더 긴장됐다.


그때, 선생님이 내 뒤로 다가왔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는 신음과 한숨을 동시에 내쉬었다. "끙..."

“안돼도 괜찮아요. 근데, 될 것 같은 몸이에요.”

그 한마디가 묘하게 안심이 됐다. 선생님은 팔꿈치에 손을 살짝 얹었을 뿐인데 그 손끝이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힘의 흐름을 따라 팔을 조금 더 뻗어 보았다. 그저 안내한다는 것은 이런 기분일까?


“다 왔어요. 요만큼만 더.”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남은 거리 2~3cm를 보여주었다.

‘정말 이만큼밖에 안 남았다고?’

그제야 몸이 따라줬다. 나는 남은 등 힘을 짜내듯 팔을 뻗었고, 왼손이 왼발을 잡았다.


믿음의 방향으로


이제 바닥에서 손을 뗀 후 오른손을 공중에서 들어 반대쪽 발을 잡아야 했다. 다시 두려움이 올라왔다.

‘이건 진짜 무리 아닐까?’


“할 수 있어요. 내가 뒤에 있어요.” 손가락을 좁히며 보여준 그 간격을 떠올리며 마침내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손바닥을 바닥에서 떼어 오른발을 향해 힘껏 팔을 뻗었다.

순간 중심이 흔들렸지만, 이내 배꼽 쪽으로 무게중심이 잡혔다.


‘잡았다…!’

숨이 멎을 만큼 기쁜데, 입에서는 ‘읍…’, 코에서는 ‘흠…’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이때는 팔꿈치를 조금 잡아당겨 주셨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다. 여느때처럼 세상 담담한 얼굴이었다. 어찌보면 화난 표정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의 내 안은 기쁨과 안도감으로 소용돌이쳤다.


모래로 쌓은 신뢰


나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이 말이 맞을까, 이 감정이 괜찮을까—무엇이든 스스로 검열하며 살았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 비슷했다.

“너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다 너한테 원하는게 있어서야. 알아?”

그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실망은 쌓이고, 믿음은 무너졌다.


하지만 요가를 하면서 조금 달라졌다. 모래로 쌓은 성이 무너질 때마다 그 위에 ‘물’ 처럼 요가가 스며들었다.

흩날리던 모래위에 물이 뿌려지면 단단해 지는 것처럼, 나의 믿음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조금은 맡겨도 괜찮다는 마음.

그게 요가가 내게 가르쳐준 신뢰였다.


반발자국 앞의 사람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할 때조차,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리고 내가 나를 믿고 있을 때조차 “그런건 터무니 없어. 안 돼”라고 선을 긋는 사람.


내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굳이?” “그걸 왜 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작아졌었다. 그런 말들을 뒤로하고 크리에이터도, 요가 TTC도 다시 도전하고 있지만 아주 가끔 나는 외로워졌다.


하지만 TTC를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한 발자국, 아니 반발자국 앞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어요.”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선생님은 나에게 가는 길을 안내만 해줄 뿐이지만 나는 응원받는 기분이었고, 그것을 해내는 스스로에게도 신뢰가 쌓여간다.


'그것봐. 너 할 수 있잖아.'


요가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스스로를 믿는 연습, 타인을 신뢰하는 연습. 그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요즘은 동기들과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하지만 한편으론

수업 중 핸즈온 터치가

아직도 낯설고, 조금은 무섭다.


누군가의 손길을 신뢰하는 일,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일.

그 균형에 대해 다음 이야기에서 나누어보려 한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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