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은 "인스타"가 전부인 경단녀의 요가 TTC
오늘은 TTC 과정의 반이 마무리된 날이다. 마지막까지 티칭 연습에 묻혀 지도 선생님의 목소리를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리에 앉아볼게요.”
연습에 열을 올리던 우리는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우리를 자리에 앉힌 지도 선생님은 말을 이어나가셨다.
“오늘은 우리 34기 TTC과정의 딱 반이 지나간 날이에요. 다음 주부터는 다른 지도 선생님이 지도를 이어나가시게 될 거예요.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짧게 소감을 나눠볼까요?”
우리는 원형으로 빙 둘러앉아한 명 씩 차례로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뭐.. 우리는 마지막이 아니잖아요? 다음 주에 또 볼 거니까! ㅎㅎ 다음 주에도 봐요!”
“부상이 있어서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지도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 기운이 나고 그랬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미 비슷한 분야의 강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티칭의 깊이가 깊어지고 좋은 동기들을 만나서 좋아요.”
13명 동기들의 소감이 지나고 마지막 내 차례가 되었다. 사실 이 대화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가볍게 넘어가는 분위기 속에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면 공기가 무거워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내 입은 먼저 열리고 있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살게 되면서 얻은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먼저 실행하고 수습하는 실행력이랄까.
“아 저는.. …..어머?”
생각지도 못하게 첫마디부터 울컥. 아니, 벌써 주책이냐. 일단 바닥과 선생님들의 머리 사이 어딘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동기쌤들의 눈을 보면 더 감정이 폭발할까봐.
SNS로 크리에이터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친구들과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인스타 그거는 백해무익'하다며 싹 없애버려야 한다고도. 퇴사 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고, 우울감이 심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때, 집에서도 SNS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그래도 '쓸모'없지는 않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주었었는데.
“지금 대구에서 수원 온 지는 딱 1년 째고요, 이곳엔 친척이고 친구고 연고가 하나도 없어요. …………?”
2차로 울컥. 하 오늘 벌써 흑역사 다 썼다. 얼른 말하고 치워야겠다. 더 시간 끄는 게 이상할 거야.
지금의 나는 사이버 세상 속의 내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나를 정리하고,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훈련도 했다. 덕분에 협찬, 협업, 숙소지원, 출판 제안까지 받으며 가능성도 많이 봤다. 요가와 강사들에 대한 나의 애정과 인사이트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꿈도 꾸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보고 싶을 땐 보고, 끄고 싶을 땐 끌 수 있다. 예민한 나에게 사이버 세상은 때때로 오프라인보다 더 편안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피로하기도 했다. 숫자와 이미지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그곳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듣고 싶어 하는 방식과 말투를 따라야 했다. 그렇게 나를 정제하고 꾸미며 노력하다 보면, 점점 현실감각이 흐려졌다. 인스타 속의 내가, 마치 곧 나인 것 마냥 수치에 따라 기분이 종잇장처럼 가벼워졌다.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 멀어졌다.
“제가 사실 크리에이터 하겠다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사실 사이버 세상에 살잖아요? 근데.. 현생을 잘 살아야 사이버 세상이 잘돼요. 여기 오면.. 제가 현생을 살고 있다는 감각이 살아나요.”
3차 울컥. 하.. TTC가 끝난 것도 아니고 반, 지났다고. 절반. 따뜻한 동기들은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된다고 말한다. 이번에 진짜 눈을 보면 울 것이 확실하다.
요가 매트 위에 손끝, 발끝의 감각을 느끼고 정성스럽게 내려놓아 정렬을 찾아보고,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살아 있다는 감각이 돌아온다. 정성스럽게 요가할수록, 내 인생을 정성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요가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6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보다 더 현생을 잘 살 수 있을까?
요가 매트 위에서 다시 현실감을 되찾아가던 나는, 문득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되짚게 되었다.
‘경단녀’에서 ‘크리에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가능성,
그리고 함께 수련하는 예비 강사님들을 보며 절감한 마케팅과 브랜딩의 필요성.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전달자’로서의 여정을,
이제 내 관점에서 정리해보고 싶다.
<14화: 요가, 마케팅, 그리고 나다움에 대하여>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