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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인배 Nov 04. 2024

맛있는 음식 그리고, 나의 친구들

굳이 혼자가 되지 말자

이번 주에 언제 시간 돼?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나의 경우는 맛있는 음식을 두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둘러앉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떠들기'

그런 만남도 한동안 너무 소홀했다.

만남을 가질 에너지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바쁘다고 마음속에서 미루어두었던 친구들과의 만남을 시작하고자,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 번 보자. 언제가 좋아?

한 번 보자는 한마디로 바로 약속을 잡는다.

한마디 한마디 정제하고 가다듬던 회사에서와 다르게, 맥락 없이 목적만 던져도 서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마음 상해하지도 않는다.

그게 친구와의 편안함인가 보다.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정말 세상 인생사 모두 비슷비슷한 점이 있다.

모여서 이런저런 일상의 답답함을 나누다 보면, 상세한 내용은 다를지언정 느끼는 비슷한 감정들과 로직이 있다.

그렇게 위안받는다.

세상에서 나 혼자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안도가 나를 달랜다.


나를 챙기고, 나를 보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떠오른 것은 친구들과의 만남이었다.

만나서 어떻게 지내는지 설명하기도 버거워서, 내 상황을 돌이키기도 싫어서, 일이 많고 바빠서.

이런저런 마음의 짐들이 점점 더 나를 고립시킨 것일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오랜만에 재개한 모임의 시작은 나에 대한 타박이었다.

'너는 일 좀 쉬엄쉬엄 해. 맨날 연락하면 야근이라고 하고 주말 출근이라 그러더라.'
'일 대강 대강 해~회사가 너한테 그만큼 해주는 거도 아니잖아. 네(가 소유한) 회사냐?'
'너 건강은 잘 챙기면서 하고 있는 거지? 너무 무리하지 마.'
'일 그냥 잘 안 돼도 어때, 그냥 되는대로 돼라 그래. 책임은 그거 결정한 위에서 져야지.'
'얘는 옛날부터 너무 책임감 강하게 일했다니까. 내려놔, 내려놔.'

내가 뭐 그 정도로 열심히 일했던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머쓱해하며 낄낄거린다.

새삼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만큼은 내가 일에 유난인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큰 위로로 와닿았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그 정의가 나의 마음을 조금 더 가볍게 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료 시간에 의사 선생님이 혼자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추천하신 이유가 이런 것이지 않았을까?

내가 집착하고 빠져들어 곪아버린 것들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행복과 성장의 방식도 다 다른 것인데, 나는 한 가지의 길로만 달려온 걸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모임을 늘려가며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나의 방식을 뒤집어엎고 새로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민하고 헤매는 것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헤매고 있다고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놓였다.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헤매는 것도 정상이구나. 지금 이렇게 방향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나도 정상이야.

아무도 쫓지 않았는데, 혼자 쫓기듯이 살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뭐가 되고 싶은지는 몰랐지만 달렸다. 위로 위로 위로.

위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위로 가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위'라는 것이 직책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으나 명확한 지표가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저 이전보다 더 능력 있는 나를 쫓았다.

마냥 달리기엔 막연한 지표였다. 쉴 수 없는, 그리고 영원히 성취할 수 없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웃고 떠들다 보면 머릿속을 사로잡고 있던 고민들과 가슴을 조여오던 감정들이 잠시 멀어졌다.

나의 속상함에 공감해 주고 대신 욕해주며 화내주는 친구들의 반응이 나를 괴롭히던 모든 것을 대신 판결해 주는 기분이었다.


힘들어서 이직하려고.
너는 능력 있고 갈 데도 많잖아. 너무 힘들면 이직해, 진짜.
그 회사가 너무 힘든 거 같더라.

힘들다고... 그래서 여길 떠나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도, 바로 지지해 주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그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나'라는 사람의 정신적 평온과 건강, 행복만이 지지의 지표였다.


스스로를 내몰았던 나는 결국, 다른 이들의 손에 이끌려 구원받는다.

우리가 친구와의 만남, 가족과의 만남을 소중히 해야 하는 이유다.


과거보다 조금 더 만남을 소중히 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의식적으로 먼저 만남을 기약한다. 나의 이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것이 내가 '위'로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인 것 같아서.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언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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