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아이들 11화

그 해 겨울, 우리는

병아리쌤(녀석이 지어준 나의 필명)

by 안녕

그 해 겨울, 우리는




반짝이는 설렘

어딘가 낯설고

서툴게

처음 만났던 봄




타들어 갈 것 같은

목마름으로

서로의 자리에서

버티던 여름




흩날리던 낙엽 위로

조금씩 쌓여간 말과

스미듯 번져간 마음을

나누던 가을




하얗게 뒤덮인

눈 속에서도

꽃 피우던

시간을 그러모아

꾹꾹 눌러 담은




그 해, 겨울 우리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 딱 2명이 그러한데 그중 한 명은 중학교 2학년인 여학생.

작년에 함께 글을 쓴 소중한 친구다. 따뜻한 시선과 다정한 말투와 그에 걸맞은 글이 좋아서 아끼는 제자가 되었다.



올해는 서로 만날 수 없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복도에서 종종 만날 때면 서로 말없이 웃어 보이곤 한다.



점점 각박해지는 학교에서 마음 놓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동료가 아닌 제자로부터 받는 사랑과 믿음은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편'이 생긴 기분이라 남다르다.



고마운 마음에 시를 써 띄어 보내니,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이 돌아온다.

감사한 건 나인데, 녀석은 언제나 내게 너무나 고마워한다.



따뜻하고 다정하며 섬세한 마음이 다칠 일 없기를 바라며

내년에 우리 꼭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방학 잘 보내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곳을 떠나면 분명 기억할 녀석이다.

어쩌면 내 두 번째 책의 첫 챕터가 될 녀석일 수도.



밤이 깊었다.



무르익어가는 여름이다.

빗줄기가 멈추면 햇살이 내리쬘 여름, 밤이다.




이제, 진짜 맥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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