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20세 밥 딜런(티모시 살라메)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우디 거스리(스콧 맥네이리)를 만나러 기타 하나만 멘 채 뉴욕에 온다. 하지만 희귀질환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실망할 무렵. 절친한 친구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튼)를 만나 음악의 영감과 확장을 경험한다. 자신만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지만 유명 가수의 커버 곡 녹음만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이미 거물급 뮤지션이었던 조안 바에즈(모니카 바바로)와 듀엣곡을 부르며 큰 인기를 얻어 스타덤에 오른다. 둘은 서로의 영감이 되어간다. 유명세가 커질수록 연인 실비(엘르 패닝)는 점차 외로워진다. 첫 만남에서 강한 끌림을 느꼈지만, 깊은 관계를 원하지 않고 겉도는 모습에 실망해 떠난다.
그의 곁에는 수많은 지지자와 파트너가 있었다. 매일 새로운 것들을 흡수하고 새로운 자아가 태어났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개성을 발산하는 매력,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겸비한 아티스트를 대중은 열광했다.
하지만 밥 딜런의 이끌어준 멘토 피트는 신념을 더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점차 우상화되어가는 명성을 빌어 대의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둘의 신념은 종종 부딪히며 멀어져 간다. 결국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중 충격적인 돌발행동으로 야유를 받은 밥 딜런은 새로운 컨셉의 음악을 찾아 어딘가로 떠나게 된다.
별종이 되어야만 했던 천재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청년 밥 딜런의 성장과 음악 이야기로 꽉 차 있다.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꾸며 뮤지션이란 이름을 새로 쓴 장본인이다.
1960년대 미국 뉴욕은 예술가가 한데 모였던 19세기 파리처럼 대중문화의 격변기였다. 미술계는 앤디 워홀의 팝아트, 마일즈 데이비스의 모던 재즈 정립, 레니 브루스의 논쟁을 부르는 혁신적인 코미디 공연의 진화, 포크 음악계는 대부라 불리는 우디 거스리와 피트 시거의 양대 산맥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또한 핵전쟁 공포와 베트남전으로 발족된 반전 운동, 마틴 루터 킹으로 가시화된 인권 문제의 대두, 여권 신장으로 확대된 2세대 페미니즘의 확장 등. 대중의 관심이 사회, 문화, 정치로 뻗어가는 기폭제가 되었다.
기타와 목소리 하나로 대중 앞에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무엇으로 규정 받길 꺼렸다. 데뷔 초 이름이나 가족, 과거가 불분명했던 까닭에 대중은 신비주의와 복잡한 내면을 추종했다. 평범함과 구속을 혐오했던 그는 비범한 존재로 거듭나며 스타가 되어갔다. “누구든 무대에 서는 사람은 별종이 되어야 해. 아름답든 추하든 평범한 건 안 돼”라고 말했지만 정작 주목받게 되자 급작스러운 인기를 부담스러워했다. 이러한 성정은 훗날 노벨문학상 수상 반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오랜 침묵 끝에 소감을 전했으나 끝내 시상식은 참석하지 않았다.
평생 그를 이해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해받길 거부했다. 시인, 배우, 영화감독, 싱어송라이터, 사회운동가, 소설가, 화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등으로 불리는 복수 타이틀을 얻었지만. 무엇으로도 불리고 싶지 않았다. 제목 Complete Unknown(컴플리트 언노운)은 완전한 미지라는 다층적인 뜻이다. 그의 곡 Like Rolling Stone의 가사에서 따온 구절로 독창적이고 미스터리한 밥 딜런을 함축으로 표현한 제목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정리해 보면 사조 혹은 인생 모토가 있기 마련이지만. 밥 딜런은 ‘없음’이 큰 줄기인 셈이다.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無’의 인간화를 실천한 인물이다. 한 가지 모습에 고여 있고 싶지 않은 의지의 결과다.
때로는 끊임없이 흐르는 물이며, 이리저리 떠도는 바람이었다가도 한낱 먼지가 되어 세상과 이별할 것이다. 포크 음악으로 시작해 반전 뉘앙스의 저항 음악으로 인기를 얻었고, 가사를 곱씹게 만드는 음유시인이었다가도, 전자기타를 연주하며 록 음악으로 전환해 팬들의 원성을 샀다. 유대인으로서 종교의식까지 치렀지만 기독교에 심취해 가스펠을 불렀다. 누가 밥 딜런을 완벽하게 안다고 말하겠나. 누구에게도 평가받고 싶지 않았고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았다.
20세 밥 딜런, 4년 만의 성공 주목
<컴플리트 언노운>은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8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다. 1961년부터 1965년까지 밥 딜런의 젊은 시절을 조명한다. 65년부터 음악적 변화로 기존 팬의 비판을 받지만 앨범 <하이웨이 61>이 대히트를 이루며 포크 록 장르의 전설이 되기까지다. 대중이 원하는 것과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뮤지션 소재 연출이 두 번째다. 컨트리 뮤직의 전설인 조니 캐시와 존 카터의 러브 스토리를 차용한 영화 <앙코르>에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인물 탐구를 기초로 ‘감정’에 주목하길 좋아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조니 캐시를 또다시 소환해 재해석했다. 음악인은 아니지만 실존 인물 소환 영화 <포드 V 페라리>로 연출 스타일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인물의 특정 시기에 주목하며 점차 폭발하듯 달려가는 감정 크레센도가 포인트다.
전기 영화지만 밥 딜런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4년 동안 그와 만나 영감을 주고받았던 인물을 총망라했다. 특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그를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두 연인이 등장한다. 공식적인 여자 친구 실비와 비공식적 뮤즈 조안의 상반된 스타일처럼 밥 딜런이 사랑한 여성의 시점도 반영되어 있다.
밥 딜런으로 완벽하게 빙의한 ‘티모시 샬라메’는 전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웡카>에 이어 가창 실력을 뽐내 화제다. 5년 반 동안 보컬, 기타, 하모니카를 배우고 피나는 연습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밥 딜런에 관한 영상, 책등을 통해 깊게 연구했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역할과 장르에서 빛나는 티모시 샬라메의 최고의 연기는 현시대의 가장 뛰어난 배우라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제도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방랑자, 무법자, 해방자로서의 밥 딜런을 묘사했다.
냉소적이며 삐딱한 말투와 표정, 의식의 흐름대로 내뱉는 듯싶지만 심오한 뜻을 품은 가사와 음정이 담긴 심드렁한 목소리의 부조화다. 마음대로 뻗친 곱슬머리에 선글라스,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와일드한 모습까지 밥 딜런 그 이상을 창조했다.
덧붙여. 밥 딜런의 중년, 노년을 더 알고 싶다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노 디렉션 홈: 밥 딜런>(2005)이나 1967년 미발표곡에서 제목을 인용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2007)를 추천한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7인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밥 딜런을 연기한 실험적인 영화다. 베일에 싸인 인물, 시대의 흐름과 정반대 길을 간 반항아, 시대를 앞서간 천재인지를 독특한 시선으로 느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