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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Jan 10. 2019

25. 마츠야 아사나, 우타나 파다 아사나

흐르는 물처럼

마츠야 아사나
우타나 파다 아사나



"마츠야 아사나."

(Matsyasana)

마츠야=물고기, 우타나=강하게 뻗다, 파다=발

물고기 자세, Fish pose


물고기 자세는 물을 떠오르게 합니다. 바다나 강에 흐르는 물을 한참 보고 있으면 머릿속 어지러운 생각 찌꺼기가 일부 함께 떠내려가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여러 감정 중에서 우울 표면화시키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즐거움, 분노, 설렘, 지루함 등의 감정은 받아들이기 쉬운 반면에 우울하다거나 울적하다거나 하는 감정은 왠지 인정해버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럼 내가 되게 나약하고 한심한 존재가 된 것 같아서요.


그럴 때마다 제 의식은 스스로를 꾸짖듯, 가능하면 나쁜 예를 물어오기 바빴습니다. 그래도 저 비극적 소설의 주인공보다는, 저 뉴스에 나온 사람보다는, 저 불치병에 걸린 사람보다는, 저 거리에 나앉은 사람보다는, 저 혈혈단신인 사람보다는 '나는 (상대적으로) 우울하지 않다. 아니, 우울해서는 안 된다'라고요.


하지만 그런다고 기분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런 식의 극단적이고 일차원적인 저울질은 나와 남을 모두 기만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었으니까요. 어려운 환경이나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도 행복할 수 있고,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이는 사람도 불행하고 우울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무게를 잴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누가 누구보다 덜 우울해야 한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약하고 한심하게 느껴지면 뭐 어떻다고.... 사는 게 정말 쉽지 않을 때조차도 저는 스스로를 너무 다그쳐 온 것 같습니다.


울적할 때 마츠야 아사나를 하면서 감정을 받아들입니다. 대부분의 후굴 동작이 우울감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물고기 자세를 추천합니다. 숨을 쉬기가 편안하고 정수리를 바닥에 대고 있으면 머리가 시원하거든요.


우선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채 두 다리를 펴서 나란히 모으고 양팔을 등 뒤, 양손은 엉덩이 아래에 놓고 손바닥으로 매트를 짚거나, 그냥 양팔을 몸 옆선에 붙여서 팔꿈치를 90도로 굽혀 가볍게 쥔 두 주먹을 허공에 들어 올립니다. 팔꿈치로 바닥을 밀어 흉추를 최대한 높이 들어 올리고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혀 정수리를 천천히 바닥에 내립니다. 


다리는 그대로 쭉 뻗은 채 두거나 파드마 아사나(결가부좌)를 하거나 또는 무릎을 펴서 위로 들어 올리는 우타나 파다 아사나를 해봅니다. 다리를 올렸다면 팔도 같은 방향으로 뻗어요. 마츠야 아사나에서 다리를 드는 우타나 파다 아사나가 힘들다면 파리푸르나 나바 아사나(보트 자세)를 수련해보세요. 저도 기본 마츠야 아사나에서 다리를 들어 올려서 무릎을 펴기는커녕 발을 바닥에서 조금 띄우는 것마저 어려웠는데 보트 자세를 자주 하던 중 오랜만에 문득 시도해보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눈을 감고 호흡을 시작합니다. 위로 솟은 심장으로, 횡격막으로, 날개뼈 사이로, 매트에 닿은 정수리로, 편하게 감은 눈으로, 온몸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감정도 사실 물처럼 흐르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억누른다고 억눌리는 것이 아니라 고여서 상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해요. 막아서지도 나무라지도 돌아서지도 않고 내 마음이 지금 그렇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희한하게도 그걸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깊은숨을 타고 물이 흐르는 것처럼 눈물과 우울을 흘려보내요.



◇ 이미지: 물고기, 물


◇ 경험: 팔꿈치로 바닥을 밀어 흉추를 최대한 위로 들어 올리고 고개를 뒤로 젖혀 정수리를 천천히 바닥에 내린다. 눈을 감고 부드럽게 숨 쉰다.


◇ 명상 포인트: 감정, 흐르다, 흘려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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