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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 Jun 25. 2020

낭만의 캠핑카 여행

일곱번 째 여행 읽기

“당신이 머무르는 그곳이 오늘의 숙소! 아름다운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뉴질랜드를 캠핑카를 타고 자유롭게 떠나보세요!”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 문구를 보자마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캠핑카 여행은 늘 마음속에 꿈만 꾸어오던, 그러니까 왠지 이루기 힘들어 마치 남의 일만 같은 그런 것이었다. 목적지도 숙소도 무엇하나 틀에 박히거나 정해진 것 없이 무작정 떠나는 자유여행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캠핑카 여행을 늘 동경해 왔었다.

 지금이야 “캠핑카 여행”이라고 검색하면 여러 여행사들과 여행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십오 년 전 그때는 일반인들에게 낯설고도 생소하기만 한 여행 방식이었다.

 캠핑카 여행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가 힘든 그 시절. 우연히 블로그에서 뉴질랜드 캠핑카에 관한 문구를 발견한 것은 마치 운명이자 숙명이요 거역할 수 없는 극적 만남이라 혼자 들떠서 의미를 부여하였다.


 어렵게 블로그에 글쓴이와 연락이 닿고 그분의 도움을 받아 나에게는 일어나기 힘들 것만 같았던 캠핑카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6인용 캠핑카를 렌트할 예정이었기에 먼저 함께 할 멤버를 모으고 루트를 대략적으로 짜고 지역 정보를 모았다. 그 와중에 가장 큰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커다란 캠핑카 운전을 할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6인용 캠핑카는 거의 5톤 트럭 정도에 맞먹는 크기였다. 게다가 뉴질랜드에서 운전석은 우리나라와 정반대. 더 설상가상으로 6인용 캠핑카는 수동밖에 렌트가 안된다고 했다.

 함께 할 멤버 중 1종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중에 노후에 할 일이 없으면 배추나 팔러 다닐 마음으로 1종 운전면허를 일단 따 놓긴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트럭이나 스틱 자동차를 몰아 볼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나도 썩 믿을만한 멤버는 아니었다.


 서로 바라만 봐도 유쾌한 여자 넷이 모이긴 했지만 캠핑카 여행을 하기엔 무언가 아쉽고 부족했다. 우리에겐 듬직하고도 친절한 머슴, 아.. 아니 좋게 말해 보호자와 같은 운전기사가 필요했다. 순하디 순하고 착하디 착한 동갑내기 남자 사람 친구에게 우리와 함께 모험을 떠나 줄 것을 제안하자 그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라고 대답해주었다.

 출발까지 두 달 남짓 남았기에 틈날 때마다 운전 연습을 해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여행 내내 혼자서 운전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기에 나 또한 서브 운전자로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연습은 생각처럼 자주 하기 힘들었고 고작 네다섯 번 정도 수동 트럭을 몰아 본 실력으로 뉴질랜드로 날아갔다. 역시 20대는 무서울 게 없는, 정작 그들의 패기는 때때로 무모해서 무서운 그런 존재이다.


 떠날 결심을 한 뒤 일사천리로 준비했던 ‘뉴질랜드 캠핑카’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뉴질랜드 날씨는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쾌청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자유와 여유가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은 맑은 공기. 우리는 커다란 캠핑카를 타고 뉴질랜드 남섬을 누비고 다녔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행복한 전진을 이어나갔다. 끝도 없이 뻗어있는 길 위에 우리의 캠핑카가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하루 종일 정처 없이 지도를 보며 돌아다니다 해가 질 무렵이면 주차를 하고 차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곤 밤이 깊어지도록 떠들고 놀았다.

 짠하며 부딪힌 우리의 술병 속엔 멈추지 않고 끓어오르는 젊음이 가득했다. 20대라는 아름다운 나날들에 취해 여행이라는 낭만에 취해 아름다운 우리의 밤은 샛별처럼 빛나고 화려하게 타들어갔다.


 무슨 일에든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들 한다. 바로 지금이 내 청춘을 아낌없이 소비하고 즐길 때였다. 마주하고 있는 이가 웃어주는 기쁨, 원하는 장소에 발길 머무를 수 있는 자유. 이 소소한 행복들은 몽글몽글 기쁨이 되어 마음속을 가득 메웠다

 캠핑카 안에서 따뜻하게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과 도란도란 우리들의 이야기는 쌀쌀한 늦가을 저녁을 훈훈하게 데워주었다. 세간 실은 우리의 캠핑카는 내일 또 정처 없이 시원스레 뻗은 도로 위를 달릴 것이다. 공간과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여행. 이 여행은 어딘가 불완전한 우리 모습과 닮아있었다. 완전하지 않음에 그 가능성이 더 매력적인 우리의 젊음과 닮아있었다.


 여행 중 서툰 운전으로 주차되어있던 남의 차 옆구리를 시원하게 긁어먹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 입술이 소보루 빵 껍질처럼 부르트고 몸살도 났었다. 길을 잘 못 들어 반나절을 꼬불꼬불 길을 헤맨 적도 적지 않다. 이 모든 착오와 실수에도 불구하고 캠핑카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감정과 경험과 추억들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몸살 약을 입안에 털어 넣으며 잠을 청했다. 그리곤 혼자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도전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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