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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 꺼지세요.

시트콤 [오피스 서바이벌] 1탄

by 이빛소금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임아정은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복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아정님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고... 참이슬씨가 자리 바꿔달라고 했어요."

김 부장의 목소리였다. 아정은 벽에 몸을 붙이고 숨을 죽였다.

"나 때문이었구나"

아정은 마음이 무거웠다. 입사한 지 이 주차, 그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옆자리 참이슬 팀장은 늘 차가운 표정이었다.

업무 질문을 해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아정은 자신의 행동들을 되돌아봤다. 과민성 방광염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가긴 했다. 요가 수업 때문에 스케줄 조정하느라 통화도 많이 했고. 그게 방해가 됐나?

다음 날 아침, 김 부장이 아정을 불렀다.

"아정 님, 솔직하게 말할게요. 아정 님 우리 회사랑 단 한 톨도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들으니 아정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담배도 너무 많이 피러 나가고, 집중력도... 그리고 결과물도 기대에 못 미치고..."

김 부장의 말이 계속됐지만 아정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이번 주까지만 더 지켜볼게요. 그때까지 변화가 없으면..."

일주일. 단 7일만이 남았다.


예상치 못한 진실

점심시간, 아정은 샌드위치를 사두고 울화통이 터져서 모셔두고만 있었다.
그때 동기 차민경이 다가왔다.

"아정님, 너무 기운 없어 보여요. 괜찮아요?"

"응... 그냥 좀 그래요."

민경은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참이슬 팀장 때문에 고민이에요?"

"네?"

"사실 말씀드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참이슬 팀장이 원래 그래요. 신입들한테 좀 차갑게 하시거든요."

"저 전에 있던 인턴 오빠도, 참이슬 팀장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그만뒀어요. 자리 바꿔달라고 한 것도... 아정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분 스타일인 것 같아요."

아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동안 자신을 자책하며 밤잠을 설쳤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거?

'그럼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물론 업무 실력이 부족한 건 맞다. 담배를 많이 피우러 간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자리 이동 요청까지 할만큼 문제가 있었던 게 맞는가 생각했는데...

"아정님은 1도 잘못한 게 없어요. 오히려 다른 신입들보다 훨씬 열심히 하시는데."

민경의 말에 아정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저녁, 아정은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좋아. 진짜 이유가 뭐든 상관없어. 이제 딱 일주일 남았으니까.'

참이슬 팀장의 텃세든, 자신의 부족함이든. 이제 와서 따져봐야 소용없다.

중요한 건 이 회사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아정은 모니터 앞에 앉아 야근을 시작했다. 7일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붓기로 했다.
창밖으로 밤이 깊어갔지만, 그의 키보드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참이슬 팀장, 보자 보자 하니 내가 보자기로 보입니까? 정신 차리세요.'

아정의 눈에 묘한 투지가 번졌다.



다음화에서 계속.....

다음화는 이제 위나 아래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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