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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우 Mar 15. 2021

나는 안드로메다에서  왔어

Asterism(성채 효과) 보석 이야기

쉿! 비밀 하나 얘기해줄게 놀라지 마.

난 안드로메다에서 왔어.

내 별은 지구에서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 뒤편, 첫 번째 성단의 중앙 태양에서 7번째 행성 카라카파타쿠차.

우리는 무려 20억 년 동안 진화한 고등생명체야. 지구인과 가장 다른 점은 탄소 호흡을 한다는 거지. 그래 연탄가스 생각하면 돼. 누가 암모이니아래 그건 오줌이고.    

 안드로메다는 가을밤 북동쪽 하늘 카시오페니아와 페가수스 사이에 있어.  5억 년 전 우리 행성은 공해가 사라졌어. 좋은 공기는 지구인에게는 좋지만 우리는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더구나 우리 별은 수명이 다해 조만간 사라질 운명이었거든. 할 수 없이 공해 심한 행성 찾아 전 우주로 떠났어. 한번 떠나면 몇 억년이니 그냥 죽을 때까지 안녕인 거고. 가는 오빠나 남은 언니 모두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한 마디로 별 전체가 바람 찬 흥남부두였지.


  사실 우리는 안드로메다 최강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어. 우주여행이야 당연하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졌지. 5억 년 전 이미 안드로메다 전체 지도를 완성했고, 1억 년 전 우리 조상들은 지구를 발견했어. 그때 원시생물의 표본 채집을 했었나 봐.


 이런 거지 공룡 가족이 산책 나갔다 아기 공룡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야. 엄마 공룡은 잃어버린 아이 찾아 울고 불고 헤매다, 결국 빙하에 묻혀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있어.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우리 조상들은 지구에 살기로 결정했고 지구인의 몸으로 바꾸는 기술을 발명어.


이 장치를 오토 리포머(auto reformer)고 해

 이 덕분에 우리는 지구인들 사이에 정착할 수 있었어. 솔직히 정착 초기의 지구의 조건은 우리에게는 최악이었어. 하지만 우주 어디를 뒤져도 이만한 별이 없으니 그냥저냥 지구에 눌러앉게 된거지. 초기에 우리 조상들은 인간들을 잘 길들여 노예로 써볼까 했었데.  하지만 금세 인간들 말 참 안 들어요. 하고 포기했나 봐. 알잖아 집에 하나씩 있는 중2 애들 보면 훈련시켜 될 종족이 아닌 거지.

 난 여기 한국에 정착했어. 햇수로 좀 됐어. 내 나이는 알 필요 없고. 처음엔 진짜 힘들었어. 공기가 너무 좋아 숨이 턱턱 막히고 했었지. 나보다 몇 년 먼저 온 선배는 하루 종일 연탄가스 봉지를 쓰고 다녔어. 그렇게 고생하던 시절이 지나고, 휴대용 탄소 발생기를 발명하고 나서야 비로소 지구인과 편하게 섞여 살 수가 있었어.   


오랫동안 지구인을 관찰하며 느낀 것은 참 원시적이라는 거야


 무거운 머리를 꼭대기에 이고 살지를 않나. 또 몸통을 받는 힘없는 다리도 볼품이 없지.

우리 종족은 쓸데없이 무거운 머리도 없고, 각 지체는 각자의 의지로 판단하고 움직여서 매우 신속하고 정확해. 우리는 구조의 경제성을 기반으로 진화된 은하계 최고의 고등생명체라 할 수 있지.

 솔직히  이런 미개한 종족과 섞여 사는 것이 한심하지만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가장 힘든 것은 지구인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몸에 항상 오토 리포머를 차고 있어야 하는 거야. 여자로 변신한 애들은 귀걸이나 목걸이, 남자로 변신한 애들은 안경이나 시계 감춰.


 장치가 몸에서 떨어지게 되면, 펑하고 연체동물 같은 우리 모습이 드러나지. 가끔 해외토픽에 외계인 발견, 이거 모두 오토 리포머가 분리된 사고들이야. 우리에게 리포머는 부의 상징이기도 해. 가난한 나는 시계가 아니라 허리띠에 기계를 숨겼어. 문제는 허리띠를 항상 차고 살아야 한다는 거야. 목욕탕이나 수영장에 갈 때도 허리띠를 풀 수가 없으니 이만저만 볼썽사나운 일이 아니지.   

sbs 리얼코리아 "평생 허리띠를 차고 다니는 남자" 편에 나왔어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허리띠를 차고 다닌 것이 사람들에게 대단한 이슈였나봐. 시청률도 꽤 나오고 심지어 팬도 생기고 했어. 외계인으로 인기를 얻어 봐야 별거 있겠어. 다만 남의 행성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알아줬으면 해.  

 깜박하고 이야기 안 한 것이 있어. 우리 종족은 특별한 능력이 있어. 바로 모든 것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거야. 동식물은 물론 사물과도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사물과 대화를 하다보면 보면 지구인들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 식탁이나 소파,  신발 조차 너희들 얼마나 욕하는지 아마 모를껄?  한번은 속옷이 주인 욕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너무 심해 차마 여기 옮길 수가 없네.

                      Rosser Reeves Ruby  사진출처:  Smithsonian institute


보석 위에 빛나는 별  
 
 밤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들이 빛난다. 광활한 우주를 온통 빛으로 채우는 별. 닿을 수 없어 슬프고, 간직할 수 없어 아련한 별.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별이라 부른다. 이러한 별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별처럼 빛나는 보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별처럼 빛나는 현상을 Asterism

(성채 효과)이라 부른다.  

 이것은 원석 내에 Rutile(금홍석) 결정이 일정한 각도로 배치되어, 6방향의 별 모양 빛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원석보다 Rutile의 굴절률이 높아 생긴 일종의 광학적 Trick이라 할 수 있다.

성채 효과를 나타내는 대표적 보석은 루비, 사파이어, 문스톤, 에메랄드, 토파즈, 가넷, 스피넬, 다이옵사이드가 있다. 그중 가장 가치가 높고 잘 알려진 것은 스타루비와 스타사파이어다.

 성채 효과를 효과적으로 내기 위해서는 캐보션(Cabochon)으로 깎는 것이 좋다.

자연이 만든 루틸 내포물이 아름다운 별빛이 되려면 제작자의 섬세하고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타스톤은 바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최고의 합작품인 셈이다.
  
 드롱 스타와 인도의 별
  
 가장 유명한 스타루비는 바로 드롱스타루비(De long star Ruby)다. 이것은 20세기 초 미얀마의 Moguk 광산에서 발견된 100.32ct의 보석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6방향의 선명한 성채효과 때문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드롱스타라는 기부자 Edith Haggin De long 여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1937년 그녀는 이 보석을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유명한 스타사파이어로는 인도의 별(Star of India)가 있다. 536.35ct 타원형 청회색 보석으로 중앙에 불처럼 빛나는 6개 방향의 별 모양을 보여준다. 스리랑카에서 채굴됐다고 알려진 이 보석은 JP모건에 의해 1900년 파리 보석 박람회에서 선보인 후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1964년 이 두 보석은 자연사 박물관 JP 모건관에 전시 중이었다. 당시 서핑선수였던 잭 머피는 일당들과 함께 2층 화장실 창문을 통해 박물관에 침입해 보석을 훔친다. 이것은 세기의 보석 강도 사건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들에게 25만 달러가 지불되고서야 마이애미의 한 전화부스에서 보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드롱 스타와 인도의 별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고 "Murpy the surf"(1975)라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별과 사랑에 빠진 햇살

 겨우내 엄마 해의 품에 안겨있던 아기 햇살들이 세상에 쏟아진다. 햇살은 얼음이 풀리는 하천을 따라, 새순이 돋는 들판을 지나 기지개를 켜는 담장에 내린다. 그때 햇살 하나가 우연히 스톤을 만난다. 둘은 사랑에 빠진다. 햇살은 그의 심장에 들어가 별이 된다.    

세상은 온통 놀라운 일들로 가득해  

햇살이 별이 되기도 하고, 나 같은 외계인이 너희들 사이에 섞여서 살기도 하지. 사물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른 새벽, 인기척에 나면 현관으로 나가.

문아래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면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 한것이 보이면 이렇게 묻지.

희끄무레한 것이 보여.  


"너 누구냐?"


"아 전 우유입니다."


나는 안드로메다의 제7행성에서 왔어.                    gonian insttute

                                   Star Sapphire 사진출처 : Smithsonian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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