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바이의 비행 조종사

지방에서 올라온 서울살이는 생각보다 버거웠다. 운 좋게 예전 회사로 복귀하긴 했지만, 일은 더 많아졌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꿈—외국에서 살아보기—이 자꾸만 마음을 두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코엑스 해외 박람회에서 큰 용기를 냈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회사로 이직했다. 먼저 내가 가서 자리 잡고, 안정되면 가족을 데려올 계획이었다.

두바이에 온 첫 일주일은 선명하다. 이사님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냈는데 한식이 푸짐했고, 방 안 인터넷도 잘 되어 한국 방송과 카톡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일주일 뒤, 샤르자에 있는 숙소를 계약했다는 말을 듣고 가 보니, 집은 컸지만 어둡고 음침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가족·친척·지인과의 카톡이 끊기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감옥에 갇힌 듯한 답답함. 차도 없고 대중교통도 없는 곳이어서, 차가 있던 동료 직원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나갈 수도, 연결될 수도 없어 미칠 것 같았다. 지리를 몰라 동료에게 부탁해 택시를 타고 가까운 쇼핑센터를 한 바퀴 어슬렁거리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시차는 5시간. 내가 샤워하고 저녁을 먹는 밤 9시면, 한국은 새벽 2시다. 온 세상이 잠든 시간, 연결이 끊긴 듯한 외로움과 답답함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회사에 말했고, 이사님이 준 수면제를 먹고서야 밤잠을 잘 수 있었다. 문제는 낮이었다. 특히 오전이면 증상이 심해져, 담배를 피우던 동료에게 한 개비를 얻어 피웠다. 10년을 끊었던 담배라 머리가 핑 돌았지만, 마음은 잠시 고요해졌다.

새벽마다 아잔 소리에 잠을 뒤척였던, 내가 거주하던 샤르자 빌딩의 전경 모습

샤르자 숙소는 5층, 건물 이름은 Bin Ham Properties. 창밖으로는 두바이와 샤르자의 경계를 파고드는 도로가 보였다. 바깥세상은 가까운데, 나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외근이 잦아 점심을 제때 못 먹는 날이 많았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한식이나 일식만 찾았는데, 한인 식당은 많지 않았고 길을 몰라 헤매기 일쑤였다. 간신히 찾아가도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허탕치는 날이 적지 않았다. 바쁠 때는 아침·점심을 거르고 저녁 한 끼로 버텼다.

비싼 한식 값을 아끼려고 한인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서 해결했다. 요리는 라면밖에 끓여본 적이 없었지만, 살기 위해 인터넷 레시피를 뒤져 계란탕, 두부부침 같은 쉬운 메뉴부터 시작했다. 먹고 나면 금세 포만감이 차올랐고,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견딜 만해졌다.

가끔 회식 후에는 호텔에서(외국인에게 술을 판매한다) 술잔을 기울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나라의 종교적 이유로 술 문화와 단속 방식이 한국과 달라 대리운전 같은 시스템은 익숙지 않았다. 취한 채 직접 운전해 귀가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다. 그때의 나는 이상한 해방감을 느꼈다. 별빛을 가르며 구름 사이로 나는 자동차의 조종사가 된 듯—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그런 착각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