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배낭여행 - 랑카위, 말레이시아 (1)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라서 한국을 떠날 때에는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동남아시아 여행 중 차를 이용하거나 기차를 이용해서 각 나라를 움직이는 게 신기했다.
버스를 타고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처음 갔을 때에는 국경을 버스로도 넘을 수 있다니 괜한 희열감이 느껴졌다.
명절이나 주말에는 줄이 길게 늘어진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려면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해서 버스에 내려서 사람들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려는 듯이 무지막지하게 내달린다.
처음에 그걸 알지 못하는 나와 동생은 룰루랄라 걷다가 무척이나 더웠던 그날, 사람들 사이에서 지쳐가며 이미그레이션 줄을 통과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은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여정이다.
나이트 페리를 타고 꼬따오를 벗어나야 한다. 나이트 페리 안은 마치 뻥 뚫린 커다란 호스텔 같다.
이층 침대로 이루어진 페리는 처음 봐서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여행자들에게 나이트 버스나 페리, 기차는 돈과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페리 비용을 지불하고 하룻밤을 이렇게 좋은 곳에서 잘 수 있다니 정말 횡재했다. 침대도 푹신하고 충전기도 구비되어 있는 고급 호스텔이 따로 없다.
푹 자고 일어나니 아침 7시쯤이 되어 수랏타니에 도착했다.
아침에 페리에서 내려 국경으로 가는 벤을 탔다.
페리와는 다르게 벤은 사람을 꽉 꽉 채워서 태워서 매우 좁았다. 이렇게 4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벤을 탈 때 좋은 팁이 있다면 그것은 앞자리를 사수하는 것이다. 앞자리는 차 멀미 하는 사람에게는 회장님 좌석 보다 더 좋은 좌석이다.
뒷자리는 비포장 도로가 많은 동남아시아에서는 디스코 팡팡 못지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자리 사수는 쉽지 않기 때문에 기사님과의 친분&재빠른 사람이 승자다.
4시간을 달리고 내려서 또 다른 벤에 구깃구깃 구겨 타고 1시간 반을 달려 국경인 핫야이에 도착했다.
이 여정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국경 간 이동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은 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어가는 건 게임에서 아주 어려운 퀘스트를 하나씩 깨 나가는 것처럼 무언가 뿌듯하다.
국경을 지나 페리 터미널에서 티켓을 바꾸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하니 3시간이 지나갔다.
그래도 이 여정을 함께 하는 P가 있어서 혼자 노래를 들으며 보냈던 시간을 대화와 웃음으로 채워 나갔다.
그렇게 꼬박 12시간이 지나서 랑카위에 도착했다.
페리에서 육지에 발을 딛고 기지개를 쭉 켠다.
-Finally!
12시간이라는 시간은 한국에서 유럽을 가는 비행시간이다.
비행기 타면 1시간이면 올 거리를 차를 타고 배를 타고 기다림과 기다림의 여정을 거쳐서 도착했다.
그 시간 동안 배 위에서 하룻밤도 지내보고, 꾸깃꾸깃한 벤 속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살을 부딪혀 가며 국경을 넘었다.
빨리빨리가 여전히 좋은 나지만 조금은 느리게 여행하면서 평소에는 보지 못할 것들,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것이 배낭여행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자 특권이므로 그걸 충분히 누리고 또 익숙해져가고 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동행자로 인해 12시간의 시간이 대화와 추억의 시간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