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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언 Oct 28. 2024

이유 있는 울음

이유 있는 울음


밝음이 

어둠의 옷을 벗긴 

하얀 아침


까치가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로

아침을 물고와

마당에 부리고


맛난   

내 잠 뺏어 

날개에 태워 달아난다


햇살은 창문을 

열어달라며 

바싹 다가와 보채고


게으름 

피우고 싶었으나

여느 때와 다른 

까치 울음소리가

맘에 걸려

억지로 아침을 받았다


평온한 이아침에

저 자지러짐은 반칙이다 

짐작은간다


까치들 수다 터는 곳

사랑방이자 놀이터이고 

먹이곳간인 

앞마당 감나무


떼로 와 

먹잇감을 두고  

뺏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의 외침인거다


날카로운 부리로 

사정없이 찔러댄다

겁먹은 감

빨갛게 질렸다


습격으로

얼굴이 찢겨 

상처투성이

피부가 너덜너덜

성한데 없다 


붉은 눈물이 

하소연 한다

아프다고


제발

내 몸에 입맞춤

하지 말아 달라며

가엽다!


어김없이 올해도

까치밥 되어주는 

마당의 감


맛있는 감인가?

내 차례 오기도 전에 

까치가 선점을 하니

맛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마당의 감은

눈으로만 먹는 감


볼 때마다 숫자가 바뀐다

꼭지만 남겨 놓고

알뜰히도 먹어치운다


그 많던 감 

마지막 하나

대롱이다


곧 까치의 

살이 되고

피가 될 듯 


도독 맞은 내 잠

어디서 자고 있을까?


대롱이

안 보이는 날이

내 잠 오는 날

까치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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