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언 Oct 28. 2024

이유 있는 울음

이유 있는 울음


밝음이 

어둠의 옷을 벗긴 

하얀 아침


까치가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로

아침을 물고와

마당에 부리고


맛난   

내 잠 뺏어 

날개에 태워 달아난다


햇살은 창문을 

열어달라며 

바싹 다가와 보채고


게으름 

피우고 싶었으나

여느 때와 다른 

까치 울음소리가

맘에 걸려

억지로 아침을 받았다


평온한 이아침에

저 자지러짐은 반칙이다 

짐작은간다


까치들 수다 터는 곳

사랑방이자 놀이터이고 

먹이곳간인 

앞마당 감나무


떼로 와 

먹잇감을 두고  

뺏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의 외침인거다


날카로운 부리로 

사정없이 찔러댄다

겁먹은 감

빨갛게 질렸다


습격으로

얼굴이 찢겨 

상처투성이

피부가 너덜너덜

성한데 없다 


붉은 눈물이 

하소연 한다

아프다고


제발

내 몸에 입맞춤

하지 말아 달라며

가엽다!


어김없이 올해도

까치밥 되어주는 

마당의 감


맛있는 감인가?

내 차례 오기도 전에 

까치가 선점을 하니

맛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마당의 감은

눈으로만 먹는 감


볼 때마다 숫자가 바뀐다

꼭지만 남겨 놓고

알뜰히도 먹어치운다


그 많던 감 

마지막 하나

대롱이다


곧 까치의 

살이 되고

피가 될 듯 


도독 맞은 내 잠

어디서 자고 있을까?


대롱이

안 보이는 날이

내 잠 오는 날

까치 가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